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머독의 제국' 도청 후폭풍 금가는 소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머독의 제국' 도청 후폭풍 금가는 소리

입력
2011.07.07 17:37
0 0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제국이 흔들이고 있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뉴스오브더월드의 휴대폰 도청 파문이 일파만파 번져가면서 세계 최대 언론 재벌의 아성을 무너뜨릴 기세다.

6일(현지시간)엔 이 신문의 휴대폰 도청 대상에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숨진 영국 병사 가족들의 음성메시지가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이라크ㆍ아프간전 전사자 가족들이, 휴대폰을 도청한 글렌 멀케어의 표적이었다는 증거를 런던 경찰국이 확보했다"고 전했다. 멀케어는 뉴스오브더월드의 왕실 담당 기자 클라이브 굿먼이 휴대폰 도청을 위해 고용한 사설탐정이다. 이처럼 뉴스오브더월드의 불법행위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2006년 도청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만해도 왕실 특종을 노린 황색 언론의 객기쯤으로 치부됐었다. 그러나 올해 초 경찰이 전면 재조사에 착수하면서 뉴스오브더월드가 소위 '돈벌이가 되는' 대상이라면 정치인, 연예인,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침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디언은 "멀케어는 4,332명의 명단과 2,987개의 휴대폰 번호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최대 7,000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머독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이날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뉴스오브더월드의 휴태폰 도청은 받아들일 수 없는 끔찍한 일"이라며 "경찰의 모든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머독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 그의 회사들은 시장에서 철퇴를 맞기 시작했다. 포드, 르노, 미쓰비시와 소매업체 쿠퍼레이트 그룹 등이 5일 뉴스오브더월드의 광고를 중단했고 머독 소유 언론사들의 지주회사 격인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의 주가는 6일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5.1%나 급락했다.

영국 미디어시장을 싹쓸이하려는 머독의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영국 방송ㆍ통신규제당국(Ofcom)은 이날 "뉴스코프의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지분 인수가 적합한지 판단하기 위해 도청 조사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스카이 지분 39%를 소유한 뉴스코프는 나머지 61%를 인수할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뉴스코프의 영국 내 시장점유율은 40% 이상으로 수직 상승하게 된다.

머독에게 경제적 손실보다 뼈아픈 일은 정치적 영향력을 잃는 것이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메일은 "영국 정치권에서 '밤의 황제'로 군림했던 머독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머독이 1969년 뉴스오브더월드를 사들인 이후 영국 정치권과 머독은 공생 관계였다. 머독의 비위를 거스른 정치인은 가차없이 떨어져 나갔다. 대표적 사례가 고든 브라운 전 총리다. 머독은 지난해 총선에서 자사 언론을 총동원해 현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를 띄웠고, 그 결과 15년에 걸친 노동당 집권 시대는 종지부를 찍었다.

캐머런 총리도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휴대폰 도청 사건을 마냥 비난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도청 파문에 연루돼 사임했던 앤디 쿨슨 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은 지난해 캐머런 총장 취임 당시 공보책임자를 맡았었다. 그는 "공공적 이익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식 조사는 "경찰 수사가 마무리 된 다음 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