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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름값 인하 석달 간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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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름값 인하 석달 간의 미스터리

입력
2011.07.0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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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주유소. 가격판에는 보통휘발유가 ℓ당 1,968원, 경유 1,813원으로 표시돼 있었다. 이날 자로 기름값 ℓ당 100원 할인이 종료된 후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없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어제랑 똑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3달 전 기름값 100원 할인 첫 시행 당시 가격은 얼마였을까. 궁금해졌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을 보니 당시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1,947원이었다. 할인 전 가격은 이보다 73원 비싼 2,020원.

모든 게 미스터리였다. 애초 100원을 내리겠다고 했는데 왜 73원 밖에 내리지 않았던 것인지, 그렇다면 지난 3개월 동안 100원 할인은 정말로 계속되어 온 건지, 7일 이후 정유사들은 단계적으로 가격을 환원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주유소는 올리고 다른 주유소는 왜 안올린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름값 100원 할인기간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소비자들은 "정말로 100원 할인을 하긴 했던 것인가"란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정유사들도 할 말은 있다. 정부 압력에 못 이겨 가격 할인 조치를 시행한 탓에 수익구조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00원 할인이 적용되어야 할 지난 3개월간 정유사들이 슬그머니 가격을 올려온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실제로 6월 마지막주 전국 주유소의 무연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주보다 3.3원 오른 1,921.74원으로 3주 연속 상승했는데, 국내 휘발유 값에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은 6월 한 달간 3.4%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정유사들 팔만 비틀었을 뿐, 정작 지난 3개월간 100원 할인약속을 이행했는지는 따져보지 않았다. 이번에도 '한꺼번에 올리지 말라'고 압박만 했을 뿐, 후속상황은 챙기지 않았다. 행여 정유사의 꼼수와 정부의 무관심에 소비자만 속은 것은 아닌지, 찜찜하기만 하다.

유인호 산업부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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