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샤넬, 루이뷔통, 프라다 등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잇단 가격 인상 행태는 우리 여성들을 '봉'으로 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정상적이라면 한ㆍEU FTA에 따른 관세 인하로 값이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최근 프라다는 거꾸로 주요 제품의 국내 소비자가를 평균 3% 인상했고, 샤넬은 이미 5월에 25%나 가격을 올렸다. 루이뷔통 역시 2월에 5~6% 올린 데 이어 지난달 또다시 4~5% 추가 인상했고, 3월에는 보석브랜드 티파니가 제품 가격을 평균 8.8% 인상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값을 올려도 이들 해외 브랜드의 국내 매출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일보 보도(7월 7일자)에 따르면 샤넬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 빅3'의 상반기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루이뷔통이 31.2%, 샤넬이 54.8%, 구찌가 19.5%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명품의 경우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베블렌 효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결국 국내 소비자의 명품 열망이 해외 브랜드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셈이다.
명품에 대한 열망을 허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거기엔 돈으로만 따지기 어려운 포괄적 경제논리가 작용한다. 명품 브랜드로 표상되는 고급스런 이미지나 사용자의 고양된 자존감 같은 무형의 가치를 우리 여성들은 야무지게 계산하고 명품을 '지른다'고 봐야 한다. 이런 열망은 사회 일반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많은 여성들의 행동처럼, 사실은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정도 문제다. 명품이 갖는 무형의 가치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 해도,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매겨 시장에 내놓는 건 방자하기 짝이 없는 소비자 우롱 행위다. 이쯤 되면 우리 여성들은 명품 브랜드의 현실적 가치를 간파하고 과감하게 그것을 선택할 때처럼, 이번엔 반대로 분명하게 그것을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뭔가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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