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프로축구 승부조작 2차 수사 발표에서 63명이 무더기로 적발되자 축구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대한축구협회의 김진국 전무는 7일 “1차 수사 결과 발표 때보다 관련자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 충격적이다. 구속된 선수들은 1차 수사 때 처벌한 전례를 따라 축구계에서 영구 퇴출시키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달 9일 1차 수사결과에서는 기소된 선수 및 브로커가 15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4배로 늘어났다. 검찰이 추가로 수사하고 있는 경기가 있다고 밝혀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게 하나 둘씩 사실로 밝혀지자 각 구단 관계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한 구단 사장은 ‘이렇게 많은 선수가 연루된 걸 짐작했냐’는 질문에 한참 동안 침묵하다 “당황스럽고 할 말이 없다”고 착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그는 “이처럼 다수의 선수 및 관계자가 적발된 걸로 봐서 이번 승부조작 사건은 비단 선수들의 잘못만은 아닌 것 같다. 사회적인 문제들도 모두 포함됐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발표를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해야 한다. 승부조작을 국내 축구에서 뿌리 뽑기 위해선 관련 기관과 구단이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각에선 자진신고자가 늘어난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한 구단의 구단주는 “이번 검찰의 수사 발표에서 무더기 적발자가 나온 건 선수들의 자진신고가 이어지면서 승부조작 대상 경기가 추가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압박 등으로 선수들이 자백하면서 승부조작의 실태가 드러났다”며 “이러한 현상이 축구계 자정 노력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당초 검찰은 3경기에 대해서 추가 수사를 진행했지만 자진신고가 늘어나고 브로커들이 체포되면서 수사 대상이 15경기로 확대됐다. 그는 “구속된 선수들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외 선수들에 한해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선처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선수들이 추가로 자진신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승부조작 근절을 위한 토대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불구속 기소된 선수들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징계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김진국 전무는 “불구속 기소된 선수들은 상벌위원회를 통해 죄의 경중을 따져봐야 한다. 프로연맹의 상벌위원회가 먼저 열리는 만큼 결과를 보고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안기헌 연맹 사무총장은 “1차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열흘 후에나 상벌위원회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죄질이 나쁜 선수들은 중징계를 내리겠다”며 “승부조작 근절을 위해 협회와 함께 선수 교육에 집중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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