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때문이야, 피곤한 간 때문이야."
얼마 전 축구선수 차두리가 TV광고에서 슈퍼맨 복장을 하고 이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됐다. 이 TV 광고를 통해 일반인들은 피로한 간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면, 국내 의학계에선 최근 후진국형인 A형간염과 선진국형인 C형간염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또한 C형간염의 증가에 따라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C, D, E형간염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장정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찌개와 반찬 등을 함께 나누고 술잔을 돌리는 한국 특유의 음식문화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서로 다른 성질의 간염을 함께 늘어나게 한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외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A형간염을 후진국형이라 하는 이유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 때문에 생기는 병이기 때문이다. 국내 A형간염 환자는 2007년 2,333명에서 2009년 1만5,041명으로 늘었다. 특히나 젊은 층이 A형간염에 취약하다. 최근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A형간염 항체를 지닌 20대는 약 3%에 그쳤다.
미국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에 많은 C형간염은 주로 피부에 난 상처를 통해 감염된다. 2002년 1,927명이던 국내 C형간염 환자는 지난해 5,630명으로 크게 늘었다. 임형준 고려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문신이나 귀고리 등의 피어싱도 C형간염의 주요 감염경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어싱을 하는 바늘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다가 다른 사람의 피부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C형간염엔 아직까지 백신이 없다.
간염을 피하기 위해선 생활 속에서 예방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시현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손을 깨끗이 씻고 물을 끓여 마시며 술잔을 돌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A형간염은 상당부분 예방된다"고 말했다.
C형간염은 간이 굳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미리 알기 어렵다. 환자의 약 70%가 만성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예방하려면 면도기나 피어싱 기구 등을 철저히 소독해 써야 한다. C형간염 환자와는 손톱깎이도 따로 쓰는 게 좋다.
D형간염은 B형간염 환자만 걸린다. D형간염 바이러스는 B형간염 바이러스가 만드는 단백질을 먹으며 증식하기 때문이다. D형간염 환자 수는 전체 간염 환자의 약 2%에 불과하다.
E형간염은 임신부에게 특히 위험하다. 사망률은 1~2%로 낮지만 유독 임신부만 20%로 매우 높다. A형처럼 오염된 음식으로 감염되며, 주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에서 많이 걸린다. 국내 발병 환자는 지금까지 100명 정도에 그쳤다.
비교적 잘 알려진 B형간염은 감염시기가 중요하다. 장 교수는 "신생아가 걸리면 만성화할 확률이 90% 이상, 5세 미만도 50%에 달한다"며 "이는 유아의 약한 면역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성인이 돼서 B형간염에 걸린 경우 100명 중 5명만 만성화한다. B형간염은 수혈이나 상처를 통해 감염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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