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을 품기 위해 많은 걸 금기시해야 하는 임신부에게 여름은 특히 힘든 계절이다. 시원한 생맥주, 상큼한 칵테일,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커피…, 도처에 유혹이다. 그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커피. 술이야 가끔 한번씩이었다지만 커피는 날마다 끼고 살던 일상의 동반자였으니까.
'카페인 없는 커피' 오르조(Orzo)는 커피 금단현상에 시달리는 임신부들을 위한 희소식이라 할 만하다. 오르조는 이탈리아어로 '보리'라는 뜻으로 그곳 사람들이 커피처럼 에스프레소로 추출해 마시는 보리차. 맛과 향이 커피와 거의 흡사한 반면 카페인 성분은 전혀 없어 임신부나 모유 수유 중인 산모, 노인과 어린이들이 마시기 좋다. 이탈리아에서는 카페 도르조(caffè d'orzo)라고 부르며, 대형 카페에서 별도의 메뉴로 다양하게 변형해 팔고 있다. 잠들기 전 커피 생각이 간절할 때 카페인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밤의 커피'다.
우리나라 보리차는 보리의 고소한 맛을 살리기 위해 기름을 첨가해 고온에서 볶아내지만, 이탈리아 오르조는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저온에서 서너 번 천천히 로스팅한다. 원료로는 몬도종 보리가 쓰인다. 고대종 보리인 몬도는 영양성분이 여타 보리보다 좋은 데 반해 재배가 어렵다. 오르조 핸드드립과 티백을 수입ㆍ판매하는 단우무역 조규원 이사는 "몬도종은 그간 경제성 때문에 사장됐다가 최근 로하스 붐이 불면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고대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이 싸움에 임하기 전 반드시 이 보리를 먹을 정도로 근력 저하 예방, 피로경감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커피메이커에 보리 원두를 넣고 에스프레소로 내려 먹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리를 분쇄해 포장한 핸드드립과 티백, 분말 형태로만 맛볼 수 있다. 아메리카노처럼 물에 타서 마셔도 되고, 다양한 라테 음료로 변주도 가능하다.
오르조 라테는 오르조 에스프레소 투 샷에 바닐라시럽을 두 번 펌핑해 섞은 후 거품 낸 우유를 얹으면 된다. 모카 오르조 라테는 바닐라 시럽 대신 초콜릿 소스나 시럽을 넣고, 헤이즐넛 캐러멜 오르조 라테는 오르조 에스프레소 투 샷에 캐러멜 소스나 시럽 한 번 펌핑, 헤이즐넛 시럽 한 번 펌핑해 잘 섞은 후 거품 낸 우유를 얹는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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