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가시밭길을 걸어온 기분이다. 이제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자유인으로 돌아가고 싶다.”
김진선(65)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특임대사의 말이다. 6일(현지시간) 오후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OC총회를 통해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고 난 후 가진 첫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다. 한 외신 기자가 그를 뚜렷이 기억하고 두 번의 유치실패와 한 번의 성공 소감을 물었다. “평창은 새로운 모멘텀을 찾았다. 아무 걱정이 없다. 나는 자연인으로 지낼 것이다.”
김진선과 평창은 그 동안 동전의 양면처럼 회자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두 차례 도전 실패의 모든 책임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그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끈을 놓아 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턴 평창을 머리 속에서 지울 때가 됐다” 라며 웃었다. 그런데 눈가엔 눈물이 글썽였다. 그는 “두 번의 도전 실패 땐 애를 끊는 절통(切痛)의 눈물이었지만 지금은 환희의 눈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선 종종 ‘끈 떨어진 갓’ 취급을 받는다. 강원도지사 3번의 임기를 모두 마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평창과의 인연을 아름답게 끝내라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이른바 유치 특임대사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간파한 이가 김진선 특임대사다. 99년 2월 강원 동계아시안게임의 성공개최를 지켜보고 난 뒤다. 그는 “98년 2월 강원도 기획관리실장으로 있을 때 일본에서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혼자서 보름 여 동안 나가노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무릎을 쳤다”고 말했다. 그는“이 정도면 평창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감이 왔다”고 말했다. 그 해 말 민선지사에 당선되고 난 후 그는 강원 동계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리고 전세계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 하겠노라고. 첫 반응은 놀라움과 비웃음이 반반이었다. 하지만 불 같은 추진력으로 밀고 갔다. 그리고 12년 만에 세계인의 평창으로 빚어냈다. 그래서 김진선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 ‘미스터 평창’이란 닉네임이 더 어울린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면서 그는 “300만 강원도민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았다는 마음에 오늘 밤은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겠다”고 귀띔했다.
더반(남아공)=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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