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박사과정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국내에서 마친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소속의'토종' 교수가 스웨덴 명문 대학인 왕립공대 교수로 임용됐다.
주인공은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학사와 석ㆍ박사 과정을 마친 뒤 지금은 연구교수로 있는 조정우(33)씨다.
그는 1년에 가까운 임용 심사를 거쳐 최근 스웨덴 왕립공대 조교수 임용이 확정됐다. 카이스트에서 강의는 하지 않고 연구만 하는 조 교수는 앞으로 4, 5개월간 왕립공대에서 적응기간을 보내고 네트워크망 성능평가와 관련된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그는 "스웨덴 왕립공대는 이동통신과 네트워크분야 석학이 매우 많아 평소 가장 일하고 싶었던 곳"이라며 "석학들과 비교하면 이력이 너무 초라해 내심 임용이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꿈이 이뤄졌다"고 기뻐했다.
경남 거제 출신인 그의 어릴 적 꿈은 서양철학자였다. 그러나 경남과학고를 거쳐 1996년 카이스트에 진학하면서 네트워크와 관련된 연구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이후 2005년 8월 박사과정을 끝내고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취직해 평범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박사논문이 네트워크 분야 세계적 석학인 장 이브 르 부덱 스위스 연방공대 교수 눈에 띄면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부덱 교수와 함께 2007년 7월부터 1년간 현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기회를 잡았다. 그는 "연구원 시절 문화적 차이로 힘들기도 했지만 아시아인 출신 첫 연구원이 일본과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2008년 7월엔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연구원으로 옮겨 2년간 일한 뒤 지난해 9월부터는 카이스트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스웨덴 왕립대 교수직에 응모했다.
조 교수는 자신을 세계 무대에 알릴 수 있었던 박사논문이 아니었다면 왕립공대 교수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에선 자신의 연구결과 중요성을 상대에게 낮춰 설명하는 것이 미덕이지만, 서양에선 낮춰 설명한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이런 다른 학계 분위기 때문에 면접준비가 힘들었는데, 후배들에게 비슷한 기회가 온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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