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종파 간 대립으로 1980년대 8년간 전쟁을 벌였던 이란(시아파)과 이라크(수니파)가 관계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양국의 협력을 반기지 않고 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이란 부통령은 6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경제·보건·기술·문화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라히미 부통령은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모두 잊었다"며 "양국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화답했다.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이란 순례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 관광비자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은 지난주 바그다드에 위치한 발전소로 이란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3억6,500만달러 규모의 가스관 건설 계약도 체결했다.
양국의 관계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알말리키 총리가 집권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주도권은 이란이 쥐고 있다. 일단 알말리키 총리의 지지세력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그룹이다. 또한 발전시설 부족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이라크는 사용전력의 10% 이상을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두 나라의 관계회복에 우려를 감추지 않고 제임스 제프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는 최근 "아사이브 알하크 등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단체가 이라크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이 단체를 이란혁명수비대의 해외조직인 코드스군단 소속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이라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올해 말 예정된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에서 1만명을 내년 말까지 남겨두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이다. 또한 이라크가 미국과의 전쟁 등으로 제한됐던 석유생산쿼터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영향력확대는 에너지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이라크 내에서도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환영일색은 아니다. 오사마 알 누자이피 이라크 의회의장은 "양국의 관계개선은 상호존중과 내정 불간섭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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