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출가시키고 부부만 사는 '빈 둥지(empty nest)' 가구가 급증하면서 2인 가구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잡았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5년 새 30% 이상 치솟아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4인 가구를 앞질렀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는 처음으로 단독주택을 추월했다.
통계청은 7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 가구ㆍ주택 부문 전수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가구 형태를 보면 전체 1,733만9,000가구 가운데 2인 가구 비율이 24.3%(420만5,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1990년 13.8%였던 2인 가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2005년 20%를 돌파했고, 작년엔 1위로 올라선 것이다.
1인 가구도 2005년 317만1,000가구(20.0%)에서 지난해 414만2,000가구(23.9%)로 급증했다. 반면 4인 가구 비율은 2005년 428만9,000가구(27.0%)에서 389만8,000가구(22.5%)로 4.5%포인트나 급감했다. 가구 형태의 지각 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1980년에는 5인 이상 가구가 절반(49.9%)을 차지했으나 90년부터 4인 가구가 주류를 이뤘고, 이제 2인 가구와 1인 가구가 다수를 점하는 시대가 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자녀가 결혼하자마자 분가하는데다 평균수명이 길어져 부부끼리 보내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양육 부담 탓에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늦게 낳는 경우가 많고, 대학에 입학한 성인 자녀들이 일찍 독립하려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 구조가 바뀜에 따라 사회ㆍ경제적 변화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50~60대 부부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나 이들을 겨냥한 여행ㆍ공연ㆍ레져 문화 등이 활성화하고, 오피스텔 등의 주거 형태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비패턴도 3~4인 기준에서 1~2인으로 바뀌어 냉장고 밥솥 등 대형 가전제품이 소형화하고 외식ㆍ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 중 70세 이상은 2005년 54만8,000가구에서 지난해 79만3,000가구로 44.7%나 늘어나 그 비중이 17.3%에서 19.2%로 확대됐다. 반면 20대와 30대 1인 가구 비율은 같은 기간 21.4%→18.4%, 19.9%→19.1%로 각각 감소했다. 김두섭 인구학회 이사장은 "일본에서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아 늘고 있는 고독사(孤獨死)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 및 노인복지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대 구성도 1세대 가구 비율은 2005년 16.2%에서 지난해 17.5%로 1.3%포인트 증가했지만, 2세대 가구는 55.4%에서 51.3%로, 3세대 이상 가구는 7.0%에서 6.2%로 각각 감소했다.
주거 형태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아파트에 사는 가구는 816만9,000가구(47.1%)로 5년 전보다 5.4%포인트나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단독주택 거주 가구(39.6%)를 추월했다. 또한 자기집에 거주하는 가구는 전체의 54.2%로 2005년보다 1.4%포인트 줄었고 전세가구도 21.7%로 0.7%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월세는 소득 양극화와 전세대란 등의 영향으로 5년 전보다 2.4%포인트 증가한 21.4%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특히 월세에 사는 다문화가구는 전체의 48.8%로 일반 가구(20.1%)보다 2배 이상 많은 반면, 자가 거주비율(20.4%)은 일반가구(54.2%)의 절반도 안 됐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택은 총 1,467만7,000호로 5년 전보다 11.0% 증가했으며 주택보급률은 101.9%로 2005년 98.3%보다 개선됐다.
*빈 둥지(empty nest) 가구
어린 새가 날기 시작해 둥지를 떠나면 부모 새만 남듯, 자녀를 출가시키고 부부만 남은 경우를 일컫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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