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우리은행 홍콩지점에 예치돼 있던 350억원 가량의 자회사 예금을 모두 찾아갔다. 4,000억원이 넘는 추징 세금을 받아내기 위해 계좌 압류 조치를 했던 국세청은 발만 동동 구르게 됐다. 국세청은 우리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자금을 회수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권 회장은 최근 시도상선의 홍콩 자회사인 CCCS(시도 카캐리어 서비스)가 우리은행 홍콩지점 계좌에 넣어둔 예금을 전액 인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권 회장의 예금 인출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며 "인출 금액이 우리 돈으로 35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압류 요청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이 예금을 내준 것은 지난 달 중순 홍콩 고등법원이 "압류 조치를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압류 요청과 법원 결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우리은행이 결국 해당국가 법원의 결정을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국내 우리은행 본점을 상대로 권 회장에게 지급한 예금을 대신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추징 예정인 해외 지점 예금을 내준 것과 관련해 국내 본점에 대한 압류가 가능한지가 법률적 쟁점이 되겠지만, 강제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국세청의 승소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분위기이다. 한 시중은행 법무팀 관계자는 "만약 우리은행이 국세청에 350억원을 대신 지급하게 된다면 우리은행은 아무런 잘못 없이 엄청난 손실을 입는 셈"이라며 "게다가 실제로 세금을 추징당한 권 회장은 재산상의 손해를 전혀 입지 않기 때문에 그런 판결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세청은 4월 권 회장의 역외 탈세 혐의를 잡고 4,1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지만, 권 회장은 한 푼도 납부하지 않은 채 불복 청구 절차를 밟을 태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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