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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수록 잘팔리는 명품의 역설… '샤테크'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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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수록 잘팔리는 명품의 역설… '샤테크' 현실로

입력
2011.07.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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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A씨는 최근 부인의 '재테크' 경험담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부인에게 사준 샤넬 가방이 최근 100만원도 더 올랐다는 것. 부인은 "몇 년만 잘 쓰고 중고로 팔면 원가보다 오히려 남을 것"이라고 그에게 말했다.

'명품'이라 불리는 해외 유명브랜드 가방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가방 값이 자동차 한대 값이 돼 가고 있지만,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든다는 '수요공급 원리'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쌀수록 잘 팔니는 '시장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관세인하가 가격인하로 이어져야 할 한ㆍEU FTA효과도 아랑곳 않는다. 오히려 관세 인하분만큼 그대로 명품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생겼다.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등 가격 인상

6일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브랜드인 프라다는 지난 1일 기준으로 다수 제품 가격을 평균 3% 가량 인상했다. 프라다 관계자는 "환율 등을 반영해 가격이 일괄적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루이비통은 제품 가격을 올해 2월에 5~6%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또다시 4~5% 올렸다. 이에 따라 일명 '3초 백'이라 불리는 대표 가방 '스피디30'은 지난 2월 92만원에서 96만5,0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에 101만5,000원으로 올랐다.

3월에는 보석브랜드 티파니가 최고 11%, 평균 8.8% 가격인상을 단행했고, 2월에는 디올이 5~10% 올렸다. 유명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도 전제품 가격을 5% 올렸다.

하지만 한 자릿수 인상 폭은 샤넬의 가격 인상 폭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명품으로 꼽히는 샤넬은 지난해 7월에 이어 올해 5월에도 25%나 가격을 인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환율을 이유로 여러 차례에 걸쳐 총 50% 가까이 인상했다. 이에 따라 샤넬의 대표 백 중 하나인 클래식 캐비어(미디엄)은 2008년 초 270만원이던 것이 현재 580만원에 달한다. 신상품 가격이 급격히 인상되자 중고 가격도 크게 올라, 중고 백을 구입가보다도 비싼 값에 되팔 수 있다는 뜻의 신조어 '샤테크'는 농담이 아닌 현실이 돼 버렸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 입증

샤넬은 아예 가격인상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이나 프라다 등 다른 브랜드의 경우 가격 인상을 미리 고지하지 않고 본사의 지침에 따라 갑작스럽게 단행하는 반면, 샤넬은 한두 달 전에 매장에 이미 가격 인상을 예고해 미리 사려는 심리를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샤넬이 5월에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소식이 미리 알려지자, 4월 전국 백화점의 명품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2%나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가격 인상이 단행된 후인 5월의 명품부문 매출액 증가율은 21.2%로 약 30% 전후인 올해 평균을 밑돌았다.

재미있는 것은 가격 인상 폭이 클수록 매출액이 더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명품 빅3' 업체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을 보면, 루이뷔통은 2,4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2% 증가했으며 샤넬은 1,300억원으로 54.8%나 늘어났다. 구찌의 올 상반기 매출은 9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가 증가했다. 가격 인상 폭이 가장 컸던 샤넬, 두 차례 가격인상을 단행한 루이비통, 가격 인상이 없었던 구찌 순으로 매출이 증가해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속설을 입증한 셈이다.

명품 가격과 수요가 같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일반적으로 '베블렌 효과'를 든다. 사치품의 경우는 일반 소비재와 달리 남보다 돋보이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가격을 인상해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산 명품 브랜드들이 본고장인 유럽이나 과거 오랫동안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이었던 일본에서 성장률 정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에서의 20~50%대의 성장세는 지나치다는 평가가 많다. 의류ㆍ잡화업계 관계자는 "세월이 흘러도 대표상품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품 가방을 사는 것을 비합리적인 태도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보다 남이 '척 보면 아는' 유명브랜드의 대표 가방을 사려는 심리에는 허영심이 분명히 깃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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