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평창이 펑펑 울었다.
하지만 이번 울음은 앞서 두 번의 유치실패에 따른 비극의 눈물이 아니라 환희에 몸부림치는 대성통곡이었다.
6일(현지시간) 오후 5시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시내에 자리잡은 국제컨벤션센터.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2018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평창이 역대 최다표차로, 뮌헨과 안시를 각각 따돌리고 개최지로 최종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로게 위원장이 "IOC위원들의 투표결과 1차 투표에서 개최지가 확정됐다"고 공식 발표하자 현장을 지켜보던 유치단 관계자들은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앞장서서 이끌었던 김연아는 곁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슬며시 돌아서며 눈물을 쏟아냈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와는 또 다른 감격의 눈물이었다.
김연아는 되든 안되든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눈물바다가 될 것으로 생각은 했는데 예상외로 너무 많이 눈물이 났다며 연신 울면서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 동안 경기를 나간 것은 개인적인 일이니까 안되고 그만, 되면 좋고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한 실수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큰 일이기 때문에 이런 큰일에 한 사람이 됐다는 게 부담이 됐었다. 잘 일이 풀려서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경제계의 거물이자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감격에 겨운듯 눈물을 글썽였다. 대표단을 이끌었던 조양호 유치위원장은 물론 김진선 유치 특임대사,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문대성 IOC위원, 토비 도슨 등 모두 한데 엉켜 어깨동무를 한 채 회의장을 누볐다.
컨벤션센터에 자리잡은 기자실에도 각국에서 특파된 100여명의 기자들로 하루 종일 들뜬 분위기였다. 프랑스의 한 기자는 "비록 안시가 안돼 서운하지만 뮌헨보다는 평창이 동계올림픽개최지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그는 특히 "평창이 내세운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지평 '뉴호라이즌'슬로건이 IOC위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은 결정적인 비결"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시간, 유치위 본부숙소인 리버사이드호텔 인근에 마련된 야외 응원장에서도 400여명의 강원도민 응원단이 대형 전광판을 통해 실황을 지켜보다 '예스(Yes) 평창'이 울려 퍼지자 "대한민국 만세, 평창 만세"를 연호하며 기쁨을 누렸다.
이들은 한결같이 "오늘처럼 기쁜 날이 또 있겠느냐, 그 동안 쌓였던 모든 설움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더반(남아공)=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