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성공하기까지 두 재계 리더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 이건희 IOC의원-IOC위원 오면 다른 선약은 '스톱'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이번에 열린 더반 IOC 총회 참석까지 1년6개월 동안 11차례에 걸쳐 해외출장을 다녔다. 출장일수만 170일, 미주 유럽 중국 아프리카 등 이동거리는 총 21만 ㎞에 이른다. 이는 지구를 5바퀴 넘게 돈 거리다. 2003년과 2007년에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선봉에 섰다가 연속 고배를 마셨고, 어쩌면 이번이 평창유치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었던 만큼, 이 회장 역시 사실상 총력전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IOC 위원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오찬이나 만찬 때는 항상 해당 IOC위원의 이름을 새긴 냅킨을 식탁에 비치했다. IOC 위원이 다른 일정 때문에 늦어져 저녁약속을 취소하겠다고 하자 "늦어도 좋다. 기다리겠다"며 1시간30분을 기다린 적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IOC위원들을 만나면 처음엔 무관심해 보이다가도 정성을 보이면 결국 상대도 감동을 하고 귀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멕시코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총회 때에는 13시간의 시차와 19시간의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도착하자마자 휴식도 마다한 채 바로 총회에 참석했다. 출장지에선 평창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휴식은 물론이고 식사 시간도 거른 채 IOC 위원들을 만났다. 각종 행사 때문에 IOC 위원이 방한하면 모든 선약과 일정을 취소하고 그들을 우선적으로 면담했다.
이 회장은 평창유치가 확정되자 "앞으로 범 국민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해서 아시아의 동계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계속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 조양호 유치위원장-2년 동안 지구 13바퀴 강행군
2009년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을 맡아온 조 회장은 그 해 9월 개최된 121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부터 이번 더반 IOC 총회까지 총 34개 해외 행사를 묵묵히 소화했다. 총 이동 거리는 지구를 13바퀴 돌 수 있는 거리로, 50만9,133㎞에 달한다. 워낙 내성적 성격임에도 불구, 동계올림픽 유치에는 '얼굴'역할을 마다치 않았다.
위원장 취임 이후 덴마크, 네덜란드, 모나코, 독일, 스위스 등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관련 총회, 빙상경기대회, IOC 집행위원회 등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지난 6월 말 아프리카올림픽위원회(ANOCA) 총회 참석차 토고에 들렀고, 28일 후보도시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와 합동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이후 모나코를 방문해 IOC 위원인 알베르 2세 결혼식까지 참석했다. 결혼식에는 40여명의 IOC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각종 스포츠 행사에 참여하는 평창 유치위 대표단이 비즈니스 전세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 관계자는 "지난 2년여 동안 조 위원장이 국가의 심부름꾼으로 국내외에서 뛰었던 족적은 우리나라 스포츠뿐 아니라 경제 발전사에 크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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