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 같기도 하고, 저쪽 같기도 하고…."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6일 홍준표 신임 대표의 정책 방향을 얘기하다 연신 고개를 갸웃댔다. 홍 대표가 앞세우는 서민 정책은 청와대를 비롯해 당내 구주류쪽과는 분명 차별성을 띠지만 황우여 원내대표 등 이른바 쇄신파의 정책과도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당 서민특위위원장을 맡아 친서민 정책을 누구보다 앞장서 추진해 왔다. 그의 이마에는 '서민 정책'브랜드가 붙어 있다. 때문에 당내 구주류의 눈에 홍 대표 노선이 다분히 좌클릭, 포퓰리즘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6일 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있었던 정몽준 전 대표의 '포퓰리즘 언급'은 홍 대표를 향한 견제구였다. 정 전 대표는 "당 정강ㆍ정책의 전문을 보면 '집단이기주의와 포퓰리즘에 맞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재도약시키겠다'고 돼있다"면서 "홍 대표가 2005년 혁신위원장으로서 정강ㆍ정책을 만든 만큼 이를 잘 수호해 달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경고였다.
이에 홍 대표는 "자꾸 당헌을 내세워 포퓰리즘을 걱정하는데 한나라당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헌법 119조 2항에 따른 서민정책 강화이지 좌클릭이나 포퓰리즘은 아니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홍 대표 의견과 다르지 않다"면서도"외국의 포퓰리즘 사례를 보면 정치인들은 다 포퓰리스트였다. 정치인들이 미래에 대해 말할 능력이 떨어지면 포퓰리즘에 뛰어든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주류의 견제를 받는 홍 대표이지만 그의 정책은 황 원내대표 등 쇄신파의 정책과 다르다.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만 봐도 황 원내대표 측이 '2014년까지 30% 일률 인하'로 정리하고 있는 반면 홍 대표는 '선(先) 대학 구조조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감세 문제에선 쇄신파가 소득세ㆍ법인세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반면 홍 대표는 소득세 감세를 철회하더라도 법인세의 경우 대기업에 대해서만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도대체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은 어느 쪽이냐"는 지적과 "새 지도부가 이전보다 더한 '봉숭아학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쇄신파 남경필 최고위원은 "몇 가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지도부 내에 입장 차이가 있다"며 "청와대와 정부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당의 의견을 모아야 하고, 넥타이를 풀고 몇 시간이라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론에 따라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와 정책위의장단은 10일 연석회의를 갖고 서민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끝장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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