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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생들 울린 선배 3인의 인생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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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생들 울린 선배 3인의 인생 다큐

입력
2011.07.0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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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검찰청사 2층 대강당에 학생들이 몰려 들었다.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남녀 청소년들과 지도교사들이 다큐멘터리 시사회를 보러 이곳을 찾았다. 여느 시사회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지만 다큐멘터리의 주인공과 관객들은 모두 특별했다. 학생들은 모두 소년원에서 왔고, 다큐멘터리 주인공도 소년원 출신이다. 한 순간의 실수로 수감생활을 하면서 손가락질 받았지만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3명의 이야기가 화면에 담겼다.

60분 동안 모두 숨을 죽였다. 잠을 자거나 한눈 파는 사람도 없었다. 사람들 표정을 일일이 보지 않아도 다들 화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는 귀가 찢어질 정도로 울려 퍼졌다. 입술을 꽉 다문 채 눈물을 훔치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강당을 가득 메운 청소년들은 선배들의 성공 스토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들의 '롤모델'이 될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미래를 설계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듯.

첫 번째 주인공은 삼척시의회 재선의원인 김인배(47) 구룡건설 대표. 김씨는 13살과 19살 때 물건을 훔치다 소년원에 두 차례나 갔다. 자신을 학대하며 한때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지만 김씨는 소년원 생활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아 배우고 또 배웠다.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밟았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은 생각보다 컸다. 건설업에 뛰어든 그는 실력은 갖췄지만 소년원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한동안 일감을 따내기 못했다. 그러나 두드리고 또 두드린 끝에 김씨는 공사를 수주했고 입 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우수업체로 인정 받고 있다. "오직 실력으로 평가 받는 길밖에 없다고 보고 남보다 두 배 이상 노력했습니다." 확 바뀐 자신을 남들에게 평가 받고 싶어 그는 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두 번이나 거푸 당선됐다. 봉사는 이제 그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됐다.

부모 얼굴도 모르는 보육원 출신의 박관일(40) 선교사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고아들을 키우고 있다. 초등학교 때 소매치기로 소년원 생활을 한 박씨는 부모 없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소년원 학생들을 돕는 봉사단체에서 운명적으로 친어머니나 다름 없는 분을 만나 방황을 끝내고 선교사 활동에 나섰다. "세상에서 혼자라고 느낀 순간 피붙이도 아닌 저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준 그 분의 사랑을 아프리카 오지에서 되돌려 주고 있습니다." 박씨는 탄자니아에서 아내와 함께 10여명의 아이들을 기르며 아프리카 어린이들부터 '아빠'라는 호칭을 듣고 있다. 학비는 비싸지만 사립학교로 매일 등교를 시키고 제빵기술도 가르치며 자녀들의 홀로서기도 돕고 있다. 현지에 학교를 건립해 돈이 없어 못 배우는 학생들을 돕겠다는 계획도 착착 실천해가고 있다.

구건서(54)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인노무사다. 1년에 200회나 전국 기업을 누비며 강단에 서는 인기 강사이자 10여권의 책을 펴낸 유명 저자이기도 하다. 지금은 먹고 살만 해졌지만 어렸을 때 그는 쌀밥을 먹은 기억이 없다. 그는 16살 때 절도 혐의로 소년원에 들어갔다. 퇴원 후 어렵게 택시회사에 취직한 구씨는 자신처럼 힘 없는 약자를 도울 직업을 찾다가 공인노무사 시험에 도전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택시 핸들에 붙인 메모지를 보고 강의 테이프를 들으며 공부했다. 결국 명문대 졸업생도 합격하긴 힘든 노무사 시험을 전국 4등으로 합격했다. 실력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강의가 쇄도했고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는 시사회에서 "여유 있고 괜찮은 환경에 있는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여기 모인 소년원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며 기부와 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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