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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 가면 미술 감상은 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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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 가면 미술 감상은 덤이죠"

입력
2011.07.0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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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이 사그라지기 시작한 5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동쪽 출입구 초입에서 만난 조정자(71) 할머니는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봉지 안에는 저녁 반찬거리로 산 숙주나물 1,000원어치가 들어 있었다. 조 할머니는 "여기서 50년을 살았으니 다 형제 같지. 요즘에는 학생들이 꾸며줘서 시장이 젊어졌어."

서울 사대문 안의 유일한 골목형 동네시장인 통인시장이 최근 새 단장을 마쳤다. 지난달 16일부터 시장조각설치대회가 시작돼 53개 점포 상인들과 추계예술대 상명대 서울예고의 예술전공 학생들이 짝을 이뤄 각 점포에 개성 있는 작품을 설치했다.

소문난 효자김밥 주인인 김정순(62)씨는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작품을 배경으로 김밥을 썰고 있었다. 이곳에서 40년째 장사를 했다는 김씨는 "김밥을 마는 발에다 내 얼굴을 넣은 건데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참 좋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뭔가하고 보니까 안 살 것도 사게 돼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장 골목 중간쯤에 있는 반찬나라 입구엔 비닐장갑 모빌이 차양을 이루고 있었다. 비닐장갑 안에는 색종이로 만든 오징어 무 새우 파 등 반찬재료들이 담겨 있었다. 유모차를 탄 11개월 된 한 아기는 이 모빌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문구와 생활용품을 파는 하나마트 앞에선 작품을 설치한 학생들이 사진을 찍었다. 상명대 미술과 학생인 성수정, 조수미, 류화경씨는 하나마트 입구 위쪽에 색색의 천막식 미니간판을 설치하고, 로보트 모형을 매달았다. 류씨는 "전통시장에 오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자주 찾게 됐다"며 "작업하는 동안에 주변 가게 분들이 먹을 것도 챙겨줘 시장의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하나마트 정의선(75)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들이 자주 오니까 시장이 밝아진 것 같아서 참 좋다"고 했다.

과일을 파는 우리농산물유통 모서리에는 빨강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사과나무 벽화가 그려졌고, 제수용품을 취급하는 개성상회에는 병풍이 생겼고, 효자떡집엔 둥지가 설치됐다.

통인시장 골목 서쪽 출입구 쪽에 있는 꿈보다해몽공작소에서는 설치작품 인기투표가 진행 중이었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각 점포의 작품 사진을 본 뒤 마음에 드는 것에 스티커를 붙였다. 퇴근길에 장을 보러 왔다가 이곳에 들른 윤연주(38)씨는 "아무래도 마트보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전통시장 제품은 항상 보는 사람들한테 사는 거라 믿을 수 있다"며 "작품을 설치하니 시장이 새롭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전통시장' 프로젝트의 하나다. 행사를 기획한 윤현옥 플래너는 "대형마트의 공세 속에서 60여 년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통인시장에 문화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심드렁하던 시장 상인들도 요즘은 인기투표 신경전까지 벌인다"고 말했다. 12일까지 설치작품 전시와 인기투표가 진행되고, 13일에는 시상식이 열린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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