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구성된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의 꼴이 우습게 됐다. 5월에 민관 합동으로 TF팀을 구성할 땐 새로운 금융감독 방안을 내겠다는 각오가 자못 절박했으나, 잇단 불협화음에 휘말리며 이젠 신뢰할 만한 혁신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 이르렀다.
TF팀 민간위원이었던 김홍범 경상대 교수가 “정부가 짜놓은 각본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며 사퇴(한국일보 7월 1일자)했을 때만 해도 논의과정에서 흔히 빚어지는 부수적 진통 정도로 볼 여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엊그제 나온 민간위원들의 추가논의 불참선언은 TF팀의 존립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사실 TF팀은 출발부터 단추를 잘못 채운 감이 없지 않다. 5월 초 금융감독원을 전격 방문해 개혁을 주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조차 “여러분 손으로만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까지 하며 철저한 개혁을 주문했다. 하지만 위원 13명 중 현직 경제ㆍ금융 고위급 관료 등 6명이 정부측 인사로 구성돼 애초부터 일방통행식 논의가 우려됐던 것이다.
우려는 개혁논의의 범위에서부터 현실화한 게 분명하다. 민간위원인 조명현 고려대 교수는 “상당수 민간위원들은 금융감독시스템 전반의 개편까지 다루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금융감독원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 개편 논의까지 진행할 생각이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일축된 가운데, 금융위 산하에 금감원의 기능을 쪼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따로 둔다는 무늬만 개혁인 논의 내용이 유포되면서 불신이 증폭된 것이다.
물론 논의범위가 금융위 개편까지로 확장될 경우, 결론은 시스템 보완을 넘어 전면적인 정부조직 개편에 이르게 된다. 무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논의를 보완적 수준으로 제한한다 해도 이번 TF팀을 통한 방안은 이미 신뢰를 얻기 어렵게 됐다. 구성 단계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게 기구를 전면 개편해 재론하는 게 좋겠다. 어차피 논의 시한도 2개월 연장됐고, 국정조사 결과도 수렴해야 하는 만큼 시간적으로도 조정 가능한 제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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