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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병대 신화 뒤편의 못된 병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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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병대 신화 뒤편의 못된 병영문화

입력
2011.07.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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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해병대는 작지만 강한 군으로, 가장 믿음직한 국가안보의 보루로서 국민의 사랑과 칭송을 받아왔다. 그러나 총기난사사건으로 속속 드러나는 해병대 병영실태는 기막히다. '귀신 잡는 해병' '무적해병'등의 화려한 수사(修辭) 뒤에 가려져 있던 그늘진 실상에 모두가 충격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병대 창군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할 만하다. 그렇지 않아도 해병대는 최근 성폭행, 무고, 가혹행위 등 잇따른 추문으로 신뢰가 흔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번 참극에서 관심병사로 분류된 가해자 김모 상병의 개인적 성정의 문제는 부수적이다. 영내 음주, 부실한 총기 관리 등 총체적으로 무너진 기강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무엇보다 '기수열외'로 대변되는 해병대의 왜곡된 병영문화에 많은 이들이 개탄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함께 생활하는 전우들 사이에서 아예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기수열외는 그 이상 악랄할 수 없는 인격살인 행위다. 부적응과 한두 차례 잘못을 이유로 동료를 배제한다면, 도대체 입만 열면 떠들어대는 해병대 특유의 유대감이니, 전우애니 하는 건 뭐란 말인가.

가해자만 살아 있어 진술을 모두 믿을 건 아니다. 그러나 동조한 공범까지 있었다면 충분히 짐작할 만한 정황이다. 물론 기수열외가 있었다 해도 희생자들의 책임은 아니다. 그들 또한 전통과 명령을 구실로 강요된 피해자들이다. 이번에도 구타와 가혹행위는 어김없이 지적됐다. 군 특성상 엄정한 위계는 필수다. 그러나 구타와 가혹행위로 유지되는 위계질서는 허약할뿐더러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비인간적 병영문화에 분노를 키우다 동료들을 향해 총질을 해대는 군대에 유사시 제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다.

모든 책임은 이런 문제들을 뻔히 알면서도 은폐, 방조해온 해병대 지휘부의 안일과 무능에 있다. 국방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모든 문제를 드러내되 책임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해병대가 국민이 진정으로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군대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그나마 안타까운 희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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