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60여 년 동안 경제와 사회, 문화가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사법제도도 변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국회에서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고쳐 통과됐다. 사법역사상 검찰의 수사권이 약화되는 중대한 변화가 온 것이다. 지난 1일부터 법률시장이 개방되어 변호사는 외국변호사와 생존을 건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런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며 기득권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곳이 있다면 바로 사법부다.
절체절명의 과제 피하는 법원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는 16개월 동안 대법관 증원과 양형기준법 제정을 논의했지만 사법부의 반발이 워낙 거세 처리도 못한 채 6월말로 활동이 종료됐다. 그렇다고 사법부 개혁을 중단할 수는 없다. 사법부 개혁이야말로 사법제도 개혁의 핵심과제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세계에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막강하다. 법관의 임명권은 물론 승진과 보직을 독점하고 있다. 여기에 대법관 추천권까지 가지고 있다. 법관이 이런 대법원장의 지침을 거역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법원장도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장의 막강한 권한은 법관 개개인의 독립적 판단을 제약한다. 그래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법관인사위원회를 심의기관으로 만들고 여기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높다. 대법원은 상고사건 폭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상고사건은 4배 증가했다. 대법관 1인에게 배당되는 사건이 연간 2,400건이니 대법관은 365일 쉬지 않고 하루 7건씩 처리해야 한다. 사건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리불속행' 제도를 이용해 판결에 이유를 붙이지 않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이런 판결은 전체 대법원 판결의 70%를 차지한다. 최고 법원의 판결을 받는 많은 국민이 판결 이유조차 모르니 사법부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지만 사법부는 요지부동이다. 겉으로는 법률심 기능을 떨어뜨린다며 반대하지만 속사정은 대법관 수가 늘어나면 권위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법관 14명의 권위 때문에 전체 국민의 권리구제가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법원이 도입하려는 상고심사제는 과거 도입되었다가 폐지된 상고허가제처럼 헌법이 규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그렇다면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는 수밖에 없다.
2004년부터 실시된 지역법관제는 법관을 연고가 있는 지역에 오래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지만 시행 초기부터 지연과 학연에 얽혀 야기될 지역인사들과의 유착관계를 법조계는 우려했다. 법관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면서 전횡을 일삼아도 견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주지법 파산부 수석부장을 지낸 판사가 뇌물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은 제도의 심각성이 드러난 예이다. 지역법관의 근무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보다는 차라리 지역법관을 폐지하는 편이 낫다.
법원 내부에서 법조계 진보카르텔로 비판받고 있는 '우리법연구회'와 같은 특정 이념성향의 단체를 해체해야 한다. 학술단체로 등록하고 연구한다지만 소속 법관이 이념과 가치 지향적 성향을 나타내고 이를 판결에 반영한다면 그 피해를 국민이 입을 수밖에 없다.
기득권 포기해야 국민 신뢰 얻어
사법부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보루이다. 사법제도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시대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 시대가 변하는데도 사법부만 개혁을 '법관의 독립 침해'라며 거부해서는 안 된다. 사법 역사 63년을 맞은 사법부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기득권을 내놔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사법부는 헌법이념에도 맞지 않는다. 사법부를 법관의 이익보다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대폭 개혁해야 한다.
하창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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