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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건희의 생애 최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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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건희의 생애 최대 도전

입력
2011.07.0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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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겸손한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것이 평창의 두 번째 시도이고, 이것이 아마 제 생애 가장 큰 도전일 겁니다. 사랑하는 저의 조국, 한국 평창에서도 동계올림픽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꼭 4년 전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7년 7월 6일 과테말라시티 IOC 총회장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하지만 영어ㆍ프랑스어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한 푸틴 총리의 '원맨쇼'와 러시아의 국력 앞에 가로막혔다. 삼성전자 해외 법인들이 유치 활동을 지원하느라 6개월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은 올인 했고, 이 회장 스스로도 수 백번 연습을 거쳐 영어 연설까지 했지만 허사였다. 삼성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그 해 가을,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와 검찰ㆍ특별검사 수사가 이어졌다.

2007년은 삼성에게 잔인한 해였다. 후에 드러났지만, 그 어수선한 와중에 삼성은 그 해 6월 출시된 애플 아이폰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뼈아픈 실책을 범했다.

궁금했다. 삼성은, 아니 이 회장은 왜 이렇게 동계 올림픽 유치에 목을 매는 것일까. 삼성은 당시 "동계 올림픽 유치가 3만 달러 선진국 진입의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IOC 위원으로서 평창과 강원도민, 국민의 기대도 저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88 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바덴바덴 신화'도 기억했을 것이다.

이 회장의 개인적 경험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일본 조기 유학 시절 프로레슬러 역도산을 흠모한 나머지 귀국 후 고교(서울사대부고)에 진학해 레슬링부에 들어갔다. 늘 외톨이였던 그는 눈자위가 찢어지는 부상으로 그만 둘 때까지 1년여 동안 레슬링을 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치열한 목표 의식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때의 인연으로 1982년 대한아마추어레슬링협회 회장, 96년엔 IOC 위원이 됐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를 평창의 2전3기 도전은 이 회장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고희를 앞둔 그는 몸을 한껏 더 낮추고 곳곳을 누비며 평창 홍보에 힘을 보탰다.

이 회장이 인생 최대의 도전으로 여기던 평창 올림픽 유치 활동이 막을 내렸다. 이제 올림픽 스토리는 뒤로 해야 한다. 더 큰 도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아이폰 출현 때처럼 이번에는 절대 실기해서는 안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하는 삼성의 현 상황은 간단치 않다. 애플, 구글 등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라이벌 기업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시장에 들이 밀며 새 표준을 만들어 가고 있다. '관리의 삼성, 효율의 삼성' 만으로는 대항하기 벅찬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강점에다, 더 원활한 소통과 더 생동하는 창조의 DNA를 접목시켜'뉴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 삼성 내에서 몰아치고 있는 조직ㆍ인적 쇄신 작업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93년 신경영 제창 때, 97년 외환위기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 회장이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창의성이 넘쳐나는 뉴삼성, 조직 내부는 물론 한국 사회와도 활발하게 소통하는 새로운 삼성 말이다. 그래서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 좋다'는 말처럼, 삼성에게 좋은 것이 대한민국에도 좋다는 믿음이 거리낌없이 통하기를 고대한다.

박진용 산업부 차장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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