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 살던 이모(15ㆍ중1 중퇴)양은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을 피해 2009년 가출, 서울로 상경했다. 마땅한 거처를 찾지 못했던 이양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원조교제를 일삼으며 모텔을 전전하다 5월 말 인터넷 채팅을 통해 박모(31ㆍ전직 식품회사 판매사원)씨를 만났다.
박씨는 "몸이 좀 피곤하겠지만 일대일이 아닌 그룹으로 성매매를 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이틀 만에 100만원도 문제 없다"며 이양을 꼬드겼다. 당장 돈이 급했던 이양은 한 배를 타기로 했다. 이양은 경기 성남시의 박씨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범행을 모의했다.
박씨는 먼저 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그룹 성관계 관심 있는 남성'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띄워 회원을 모집했다. 철없는 남성들의 문의가 폭주했다. 박씨의 동네 후배 김모(29ㆍ무직)씨도 호기심에 말을 걸어온 사람들을 부추기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범행을 도왔다.
박씨와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29명의 남성들로부터 1인당 10만~15만원씩 받고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경기 성남시 일대 모텔에서 총 12차례 이양에게 집단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했다. 이양은 심지어 한번에 4명의 남성을 상대하며 하루 2번 모텔에 들르기도 했다. 가담한 남성 가운데는 현직 변호사인 이모(31)씨와 경기 소재 예비사단에 근무하는 육군 대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 30대 미혼이 다수인 성매수자들은 "음란물 동영상을 보고 호기심 때문에 시작했지만 미성년자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씨 등 일부 매수자는 성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집단 성관계를 지켜보기만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10대 소녀를 매춘부처럼 부려 박씨가 벌어들인 돈은 500여 만원. 하지만 박씨는 이양이 집단 성관계를 맺을 때마다 3만원 가량의 용돈만 쥐어줄 뿐이었다. 이양이 반발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고 두 차례 직접 성폭행하기도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양에게 집단 성관계를 강요하고 돈을 가로챈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씨를 구속하고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양과 성매매를 한 남성 29명 전원의 신원을 확인, 조사를 벌인 뒤 사법처리 할 방침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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