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75ㆍ사진)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5일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결별 가능성을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조 원로목사와 가족들의 교회 관련 주요 직책 사임으로 일단락돼가던 순복음교회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조 원로목사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당회장)에게 보낸 친필 메모를 통해 "지난주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 운영위원회가 내가 쓰고 있는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11층 사무실을 나에게 한마디도 의논치 않고 철수하라고 했는데, 이처럼 폭력적인 말을 한 것에 크게 분노한다"고 밝혔다.
조 원로목사는 이어 "장로들이 이렇게 무리하게 나가면 나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떠나 따로 시작할 작정"이라며 "당회 운영위가 내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내가 은퇴했다고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된다"며 "이 교회 자체를 건설한 당사자에게 이렇게 대하지 않도록 당회장은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6일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 운영위는 조 원로목사의 가족 문제와 관련, 국민일보 빌딩 사무실 즉각 환수를 포함해 ▦한세대(총장 김성혜ㆍ조용기 목사의 부인)에 파견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속 직원 8명은 즉각 교회에 복귀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조용기 목사 기념관' 건립 기금으로 한세대에 지원한 100억원의 소재를 파악해 즉각 환수한다는 등의 5개항을 의결했다. 조 원로목사가 사무실 문제를 들어 결별 각오까지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결정을 수용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조 원로목사 가족의 교회 사유화 논란에서 비롯된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원로목사는 2008년 자신의 가족 비리를 검찰에 고발하려던 교회개혁실천연대 간부들에게 "친인척 중용을 배제하겠다.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은 당장 그만둘 수는 없으므로 3년만 유예해달라"며 당회장 사퇴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조 원로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직을 이영훈 목사에게 물려주고 은퇴했다.
하지만 조 원로목사는 교회와 재단의 모든 재산권을 귀속하고 여의도순복음교회와 20개 제자교회의 헌금 중 20%를 받도록 해 법인으로 출범한 순복음선교회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계속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해왔다.
게다가 지난 1년 간 조 원로목사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국민일보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장악 기도가 도마에 오르면서 조 원로목사 가족이 교회를 사유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일보 노조와 일부 교인들은 지난 4월 김 총장과 조 전 회장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4월 17일 당회를 열어 조 원로목사 가족의 교회 내 역할을 제한키로 결정했고, 조 원로목사는 5월 1일 교회 내 핵심기구인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과 굿피플인터내셔널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조 원로목사의 국민일보 회장과 발행인, 국민문화재단 이사직 사표는 국민일보 주식의 100%를 보유한 국민문화재단 이사회에 의해 지난 1일 반려됐다.
국민일보 노조는 조 원로목사가 사표 반려를 수용한 것에 대해 즉각 성명을 내고 "조 목사의 사의가 진정이었다면 사료 반려와 상관없이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일보 회장직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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