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형호제'하는 각별한 관계인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여야의 수장으로 재회하게 됐다.
둘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홍 대표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손 대표도 경기지사 선거에서 낙마한 상태였다. 우연히 두 사람은 '정치적 안식처'로 미국 워싱턴을 택했다. 이곳에서 사실상 '정치낭인'으로 만난 두 사람은 수시로 어울려 소줏잔을 기울이며 가까운 사이가 됐다.
당시 워싱턴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명박 대통령도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주선에도 이 대통령은 손 대표와 한 번도 자리를 함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의 인연으로 홍 대표는 귀국 후에도 사석에서 손 대표를 '형'으로 불러 왔다.
2008년 5월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홍 대표가 취임 인사차 당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를 찾아갔을 때는 "형님을 모시고 내가 원내대표를 했으면 했는데 잘 안됐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는 "민주당이 홍준표 이빨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나를 모시고 원내대표가 아니라, 총리를 했어야 한다"고 받아넘겼다.
하지만 이런 옛정을 뒤로한 채 두 사람은 이제 여야 수장으로 정치적 공방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됐다. 당장 홍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과 북한인권법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대야관계의 강경 노선을 천명하고 나섰다.
정권재창출의 과제를 쥔 여당 대표와 정권교체를 노리는 제1야당의 대표로 대면하게 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재설정 될지 여부도 정가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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