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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반값 등록금의 정치학

입력
2011.07.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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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황승원 씨의 죽음은 고통으로 다가온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마트 냉동기 점검 아르바이트를 하다 질식사했다는 사연은 우리 사회가 진실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자각을 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막노동 현장에는 등록금 때문에 보험 혜택도 없이 과도한 노동과 산재의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이런 현실이기에 반값 등록금 주장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불과 2, 3년 전만 하더라도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좌파적 논리"라는 비난이 봇물 쏟아지듯 터져 나왔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서조차 적극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흐름을 바꿨을까.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그렇지 않다. 등록금이 비싼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변화는 등록금 문제를 개인의 차원에서 바라보다가 사회구조적 차원으로 보기 시작한 보통사람들의 자각에서 비롯되고 있다.

사회구조적 차원의 문제 인식

4년 전 국민 다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낌없이 표를 줬다. 이 대통령이 국민들을 잘 살게 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시대흐름도 그랬다. 오로지 성장의 논리가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지속 가능한 발전론,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논리가 대두되기도 했지만 시장우선주의, 신자유주의 앞에서 맥을 못 췄다. 이 대통령의 경제참모들은 '국가경제가 성장해야 거기서 넘치는 물이 서민들에게까지 간다'는 낙수(trickle down) 이론을 설파, 민심을 사로잡았다.

정말 세상은 그렇게 됐나? 누구나 목도한대로 2008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는 시장만능주의의 허상을 여지없이 드러냈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물론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중산층은 서민층으로 떨어지고 청년실업은 우려할 수준으로 늘어났다. 빚 내가며 과외를 시켜 자녀를 대학에 보냈더니, 등록금은 너무 비싸고, 그 돈을 다 내고 대학을 졸업시켰더니, 취직이 안 되는 악순환의 상황이 전개됐다.

과거라면 자신의 무능을 탓했겠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4대강에 무려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붓는 바람에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정보통신, 서비스, 관광산업 등에 예산과 투자가 현격하게 줄게 됐다는 점도 알게 됐다. 또한 금융위기 속에서 내핍과 원가절감을 강요 받았던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은 대부분 어려워지고 대기업만 더 큰 돈을 벌게 되는 현실도 목도하게 됐다. 그것 뿐인가. 재벌 2, 3세들은 세금도 별로 내지 않고 편법상속을 받아 모기업의 밀어주기로 자산을 축적한 뒤 두부나 치킨에 손을 대면서 골목상점들을 몰아붙이는 잔인한 광경도 보게 됐다.

이런 불공정, 불평등에 대한 국민 불만이 가장 감정적인 고리인 반값 등록금을 통해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반값 등록금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포퓰리즘 차원의 논쟁으로만 축소해 대충 해결하면, 우리 사회는 정말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재원 마련이나 국가재정의 건전성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재생산구조 창출하는 해법을

결국 반값 등록금 문제는 앞으로 터져나올 다른 유사한 사안들을 해결하는 일종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퇴임 때 80% 지지를 받았던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정책을 참고해보자. 월 소득이 4만원도 안 되는 빈곤층 1,240만 가구(5,000만 명)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예방접종을 받도록 하는 조건으로 현금을 지원한 정책이다. 자녀들의 결석률이 15%를 넘으면 지원을 중단했다. 이 정책으로 길거리를 떠돌던 수많은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고 직장을 잡게 됐으며, 빈곤층을 탈출하게 되면서 내수도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게 됐다. 반값 등록금 논의도 이처럼 재생산구조의 창출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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