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물가기관'을 자처하고 나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생활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의 칼끝은 비싼 기름값과 통신비의 원흉으로 지목된 정유ㆍ통신업계를 비롯해 두유 단무지 고추장 등의 식품업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향하고 있다.
최근엔 외식업체와 제빵업체, 편의점 본사의 불공정행위 및 가격담합 혐의 등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재정당국이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당초 4.5%에서 4.0%로 낮춰 잡으면서까지 물가 안정에 힘을 쏟기로 한만큼, 공정위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최근 물가급등의 주범으로 꼽히는 외식업체의 잇단 가격인상과 관련, 롯데리아 CJ푸드빌 등 22개 외식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4, 5월 이들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부당한 재료값 인상 ▦부당한 시설 교체비용 전가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은 업체들을 가려냈다.
올 들어 외식비는 합당한 이유 없이 과도하게 올랐다. 냉면, 죽, 칼국수 등 서민과 직장인들이 즐겨먹는 외식 메뉴가 일제히 1,000~2,000원씩 인상돼 외부식당에서 점심을 먹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지난달 죽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0.5%, 냉면은 9.5%나 올랐다. 공정위는 죽, 칼국수 등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사업자들에 대한 불공정행위와 가격담합, 가격인상의 적절성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제빵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린 데 대해서도 원재료값 상승분을 웃도는 과도한 인상으로 보고 가격담합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빵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최대 30% 가까이 올랐다. 제빵업체 뚜레쥬르는 지난달 중순 1만3,500원이던 까망베르치즈조각케이크 값을 1만7,500원으로 29.6%(4,000원)나 올렸다. 이 업체는 헤이즐넛 모카빵, 핫도그빵도 각각 16.7% 인상했다.
경쟁업체인 파리바게트도 찹쌀도너츠를 800월에서 900원으로 12.5% 올리는 등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한우 가격이 최근 하락했음에도 갈비와 등심 가격을 인상하거나 밀가루 가격이 50원 가량 올랐는데도 칼국수를 1,000원 단위로 인상하는 등의 사례가 물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변칙적 인상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공정위는 파리크라상 등 제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 업계의 가격담합 혐의에 대해서도 전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주택가 깊숙이 침투해 24시간 영업을 하는 뛰어난 접근성을 무기로 업체들이 짜고서 가격을 올렸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지난달 28, 29일 훼미리마트, GS그룹의 GS25,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등 3대 대형 편의점 업체 본사를 현장 조사해 상품 가격정보 등 자료를 확보했다.
하지만 편의점 업체들은 담합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제조사의 공급 가격이나 가격인상 시점이 비슷해 담합 의혹이 생긴 듯하다"면서 "업체들간 가격협의는 일체 없었는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정위는 사업자들의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가격정보 공개 대상 제품과 유통업체를 확대하는 한편, 농축산물 등 서민생활 밀접품목에 대한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