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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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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필요한 것들

입력
2011.07.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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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나에게는 6일이 필요하다안식일을 제외한 나머지 나날이 필요하다 물론 너의 손이 필요하다 너의 손바닥은 신비의 작은 놀이터이니까 미래의 조각난 부분을 채워 넣을 머나 먼 거리가 필요하다 네가 하나의 점이 됐을 때 비로소 우리는 단 한 발짝 떨어진 셈이니까 수수께끼로 남은 과거가 필요하다 만약 그래야만 한다면 모든 것이 이해되는 단 한 순간이 필요하다 그 한 순간 드넓은 허무와 접한 생각의 기나 긴 연안이 필요하다 말들은 우리에게서 달아났다 입맞춤에는 깊은 침묵을 웅덩이에는 짙은 어둠을 남겨둔 채 더 이상 말벗이기를 그친 우리…… 간혹 오후는 호우를 뿌렸다 어느 것은 젖었고 어느 것은 죽었고 어느 것은 살았다 그 어느 것도 아니었던 우리…… 항상 나중에 오는 발걸음들이 필요하다 오직 나중에 오는 발걸음만이 필요하다 바로 그것, 그것인, 아닌,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인, 모든 것이……

● 휴식이 필요해.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당신이, 그리고 아주 명확한 미래가 필요해. 우리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시인에게는 정반대의 것이 필요하다네요. 안식일을 제외한 날들과 수수께끼 같은 과거와 머나먼 거리에 있는 당신.

창공에 하나의 점처럼 떨어져 머나먼 세상을 향해 말을 던지는 그녀, 김진숙씨가 있습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생각합니다. 휴식이 필요한 주말, 많은 이들이 그녀를 만나러 부산으로 간다고 합니다. 이 단순한 방문이 그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를 필요로 하는 어떤 사람, 어떤 장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생각의 기나긴 연안을 거닐 수 있을 거예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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