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선보이고 있는 공연'레인'에는 아트 서커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 공연에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말이다. 아트에 강세를 두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은 "세련되고 현대적"이라는 후기를 남기겠지만 서커스에 방점을 찍은 관객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레인'은 서커스라는 단어에 내재된 '기이함'의 선입견을 버릴 때 큰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마치 뮤지컬처럼 무용과 음악, 연극의 요소를 결합하고 여기에 서커스를 접합시킨 '레인'은 서커스 리허설 중인 한 극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텀블링과 저글링, 공중그네를 연습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각 장을 이루는 일종의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장 사이의 브리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로 연결했다.
감흥은 주로 무대 위 등장인물의 역할과 무대 장치, 조명 등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서정적인 미장센에서 온다. 물론 특수한 천에 매달려 공중에서 곡예를 펼치는 '공중 천(Tissue)' 퍼포먼스나 두 명의 배우가 한 손과 머리만 맞대고 인간탑을 쌓는 '손으로 균형잡기(Hand to hand)', '공중 후프(Aerial hoop)' 등 탄성을 자아낼 만한 전형적인 서커스 장면의 감동도 있다.
압권은 회당 2톤의 물을 동원해 무대 위에 비를 뿌리는 피날레다. 실제 무대에 비가 내리게 하는 기술적 효과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하지만 10여분간 굵은 빗줄기 속에서 뛰노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비를 맞으며 마음껏 뛰어 놀던 때가 삶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는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의 의도가 생동감 있게 드러났다. 장마가 오래 지속돼 비가 그만 오길 바라는 이들도 많지만 서커스 '레인' 속 폭우만큼은 누구에게든 반가운 비소식이 될 듯하다. 공연은 10일까지. 1577-5266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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