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낮은 보수를 견디지 못하고 법원을 떠나는 판사들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판사들이 정년이나 사망을 제외하고는 법원을 떠나지 않는 미 사법부 전통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법원 판사의 수입은 변호사나 학자, 선출직 공무원, 심지어 법원 직원보다도 뒤처져 있다. 특히 뉴욕주의 경우 미국 내에서 가장 긴 12년 동안 연봉이 동결되면서 다른 전문직과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졌다. 심지어 판사를 위해 일하는 일부 법원서기가 판사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 정부의 예산부족에 더해 법원의 비리나, 사회적 논란을 초래하는 정치적인 판결에 대한 일반인의 거부감이 보수 인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주 대법원 여성판사인 에밀리 제인 굿맨은 "다른 사람들의 정의를 위해 이 자리에 있는데, 정작 나 자신은 정의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고 끝에 뉴욕 롱아일랜드 휴양지 햄튼에 있는 여름별장을 팔았지만, 방 두개 짜리 아파트 임대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뉴욕주 대법원 판사의 연봉은 13만6,700달러, 주 대법원장은 15만6,000달러로 12년째 묶여 있다. 미 전체 판사의 연봉 중간 값인 11만6,100달러(2005년 기준)에 비하면 그래도 많은 편이지만 이들이 법관의 명예를 내려놓고 몇 계단 내려가 변호인석에 서게 되면 10배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최근 뉴욕주 항소법원 판사로 있다 로펌으로 옮긴 제임스 맥과이어의 연봉은 14만4,000달러에서 140만달러로 뛰었다. 세 살과 다섯 살 아이의 아빠인 맥과이어는 "판사의 길을 더 가야 할지 오랫동안 혼란스러웠다"면서 "결국 가족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맥과이어와 같은 선택을 하는 판사들이 늘면서, 매년 판사 10명 중 1명 꼴로 법관 옷을 벗고 있다. 사직하는 판사 숫자는 최근 5년간 급속이 늘어나, 지난 한 해에만 뉴욕에서 110명이 법원을 떠났다. 1999년에 전체 판사 1,300여명 중 48명이 그만 둔 것에 비하면 10여년 사이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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