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였던 황선홍 포항 감독은 지난 달 30일 제자 고무열(21)에게 별명을 붙였다. 황 감독이 선수에게 별명을 지어주는 건 이례적인 것으로 관심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황 감독이 부르는 고무열의 애칭은 ‘얼빵’. 고무열이 ‘얼빵’이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고무열은 지난 달 29일 부산과의 컵대회 8강 선발 출전이 예고됐다. 하지만 28일 훈련 도중 부주의로 머리를 부딪혀 병원으로 후송돼야 했다. 다행히 머리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지만 결국 고무열은 부산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고무열이 필요했던 황 감독으로선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이처럼 ‘얼빵’이라는 별명은 아직 미숙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큰 기대주 고무열을 대변한다. 조광래 축구대표팀까지 주목하고 있는 고무열을 5일 전화로 만났다.
황선홍과 조광래 감독이 찜
185㎝, 78㎏의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진 고무열은 조 감독의 관심에 깜짝 놀랐다. 그는 “조 감독님이 김재성, 김형일 형 등을 보러 포항에 온 줄 알았는데 제 이름이 나오길래 어리둥절했다”고 수줍어했다. 조 감독은 내달 10일 열리는 한일 정기전에 고무열을 발탁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무열은 “잘해서 언급했다기 보다 조 감독님이 눈 여겨보고 있는 수준으로 생각한다. 아직은 국가대표팀에 뽑힌 게 아니다”고 자세를 낮췄다.
사실 고무열은 이전부터 주목 받았다. 황선홍 감독이 ‘주목할 신인 0순위’로 꼽은 것. 이 때문에 고무열은 시즌 개막 전부터 언론의 관심을 받아왔다. 황 감독은 “기본적으로 자질이 있는 선수라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14경기 2골. 신인치고는 준수한 고무열의 성적이다. 그러나 고무열은 “시즌 전에 주목을 받아서 기분 좋았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프로는 한 경기 한 경기 쉬운 게 없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목 받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운동장에서 얼마만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임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아직 부족한 ‘지동원 아바타’
고무열은 지동원(20ㆍ선덜랜드)과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고무열은 “황 감독님도 지동원과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을 봤을 때 흡사한 면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 감독도 영리하고 공간 활용이 좋은 지동원과 비슷한 유형의 공격수를 찾다 보니 고무열을 지목했다. 롤모델도 똑 같다. 고무열과 지동원 모두 축구대표팀의 캡틴 박주영(26ㆍAS모나코)을 가장 닮고 싶은 축구 선수로 꼽았다. 고무열은 “중1 때 전국고교선수권 결승을 직접 관전했다. 당시 고3이었던 박주영 선배의 플레이를 보고 완전히 반해 그때부터 우상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영과 지동원, 고무열은 나름 공통분모가 있다. 공격수로서 영리함을 갖춘 것. 하지만 고무열은 아직까지 이들과 경쟁 자체가 안 된다는 걸 인정했다. 그는 “지동원과 스타일은 비슷한 것 같지만 지금은 지동원에 비해 나은 점이 하나도 없다”며 “지동원은 유럽도 진출하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 대우를 받고 있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그렇지만 고무열은 K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비상할 것임을 약속했다. 그는 “올해 목표가 K리그에서 많이 뛰어 주전 자리를 꿰차는 것이다. 수치상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골도 많이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저도 레벨이 올라가면 지동원보다 나은 점을 말할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 던지는 고무열에게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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