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 발사 D-3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크리스 퍼거슨 선장 등 4명의 우주비행사도 4일 우주센터에 도착해 탑승을 준비하고 있다. 8일 오전 11시 26분 이뤄질 발사는 1981년 4월 12일 컬럼비아호 발사 이후 135번째이자 마지막 우주왕복선 임무. 미 우주개발의 자존심이었던 우주왕복선은 이제 박물관에서 역사를 증언한다.
우주와 인류에 대한 새 지평 열어
우주왕복선은 낙하산으로 '낙하'하지 않고 활주로에 '착륙'하는 최초의 반복사용 우주선이다. 날개를 단 비행체 중 가장 빨리(시속 2만8,000㎞) 궤도비행을 하는 우주선, 지구상 가장 복잡한 기계, 대기권에서 1,600도를 견디는 내열시스템 등 항공우주기술의 신기원을 열어왔다.
그러나 기술적 개가보다 더 중요한 우주왕복선의 유산은 인간과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1990년 4월 24일 디스커버리호가 허블우주망원경을 궤도에 올린 덕에 인류는 역사상 가장 정확하게 우주의 나이(137억년)를 알고 있다. 대규모 국제공동프로젝트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은 거의 전적으로 우주왕복선의 결실이다. 축구장 크기의 ISS는 1998년부터 우주왕복선들이 40여회 모듈을 운반해 조립해냈다. ISS에 몇 개월씩 머무는 우주인과 식량, 실험장비를 실어나른 것도 물론 우주왕복선이다. 8일 발사될 아틀란티스의 마지막 임무도 ISS에 화물을 운반하는 것이다. 금성과 목성 탐사선인 마젤란과 갈릴레오도 1989년 아틀란티스에 의해 발사됐다.
인간의 세포가 우주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극단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낸 것도 총 852명(연인원)을 우주로 보낸 우주왕복선의 성과다. 우주왕복선은 인간의 몸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나아가 우주 저 깊은 곳까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 지적 첨병이었다.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는 영감(Inspiration)일 것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심어주고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무수한 열정을 끌어 모은 것은 우주왕복선의 유산 중 하나다.
경제적 부담과 군비경쟁도 남겨
우주왕복선 사업은 물론 어두운 그늘도 남겼다. 1983년 챌린저호가 발사 73초만에 폭발했고, 2003년 컬럼비아호가 지구 귀환을 불과 몇 분 앞두고 폭발해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30년 역사의 오점으로 남는다. 사고 때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년씩 우주선 발사를 중단시켰다. 원인 조사에서는 기술적 한계보다 NASA의 관료적 결정과 불투명한 정보공개가 문제되기도 했다.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구체적인 후속사업계획 없이 종료되는 가장 큰 원인은 돈이다. 우주개발에 늘 따라다니는 '돈 먹는 블랙홀'이라는 비난은 쉽게 극복되지 않았다.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투입된 비용은 총 1,137억달러(약 120조원)다. 우주선 자체는 반복 사용할 수 있었지만 차라리 단순한 기능만 탑재해 한번 쓰고 버리는 러시아의 우주선 소유즈보다 발사와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들었다. 사업 초창기 우주왕복선은 '강한 미국'의 이미지를 심으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인기를 치솟게 만들었지만, 경제난 극복이 발등의 불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 시절 수립된 달기지건설계획마저 백지화했다.
NASA는 우주여행을 상업화해 비용을 보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챌린저호 폭발사고에서 드러난 안전성 문제로 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애초부터 미국과 러시아의 경쟁에서 비롯된 우주개발은 결과적으로 군비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지적된다. 우주왕복선 사업이 종료되면서 내년 미 공군의 우주 관련 예산이 10%나 늘어 87억달러가 되는 것도 과학 임무가 군사 임무와 뚜렷한 구분 없이 넘나들 수 있는 사례라고 이코노미스트지 최근호는 보도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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