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젊은이가 냉매가스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래저래 반값등록금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등록금이 반으로 줄어든다니,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때맞춰 부실 대학 문제도 우리 사회를 어수선하게 떠돌고 있다. 부실 대학 퇴출은 한동안 뜨거운 감자가 될 듯하다. 사실 저출산과 고령화, 학령인구 감소, 글로벌 경제위기 같은 현상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현상들에 부가되어 나타나는 여러 사회 문제들 역시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등록금과 부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정부는 3년간 등록금 동결을 요구해 왔고, 많은 대학들이 이에 부응해 왔다. 현재 진행형의 사안이었지만, 반값등록금 같은 엄청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대학들과 많은 논의가 있었어야 했다. 대학마다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똑같지는 않다. 개혁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보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듣다가는 과감한 정책 수립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대학이 뒤로 물러나 있는 반값등록금이나 대학 구조조정은 강압적이 되거나 부실해지기 쉽다.
등록금이 교육환경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학교도 있고, 실험실습이 필요 없는 학과나 단과대학에 등록금이 비싸게 책정된 경우도 있다. 반면 첨단기자재를 활용하는 좋은 실습환경을 갖추고도 제대로의 등록금을 받지 못하는 단과대학도 있다. 등록금의 일괄적인 인하에 무리가 따르는 이유다. 많은 대학이 일괄적인 등록금 인상에 따라 각 단과대학의 등록금을 개별적으로 조정하지 못한 실정이니, 이 기회에 등록금 산정의 어떤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그 안에서 조정할 기회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학마다 다르겠지만, 단과대학이나 학과별 특성에 따라 등록금의 가감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장학금 확충은 점진적으로 유도하면 될 것이다.
재학생 충원률이 심각하게 저조한 대학이 대학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런 대학에 대해서는 정원 감축을 유도하거나 퇴출을 권유할 수 있다. 사립대학을 설립한다는 것은 이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인데, 퇴출을 유도하기 위해 설립자에게 설립 비용의 일부를 지급한다는 것이 과연 합법적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재학생 충원률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마이클 샌델 같은 교수는 수백 명의 학생들에게 질의응답식 강의를 하고 예복습도 시킨다. 학생대비 교수 수가 문제가 아니라 교수의 열의와 준비가 문제다. 법인전입금 없이도 등록금만으로 알뜰하게 살림을 잘하는 대학도 있고, 풍부한 전입금과 발전기금으로 행복에 겨워 자만심과 나태에 빠져 있는 대학도 있다. 눈에 보이고, 수치로 측정되는 것이 대학 실체의 전부는 아니다. 교수충원률, 법인전입금, 등록금의존도 같은 숫자로만 대학이 계량화되거나 서열화되어서는 안된다.
대학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학생들의 등록금을 살뜰히 꾸려 대학 발전을 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등록금 마련에 힘겨워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볼 때는 항상 안타까움이 앞선다. 반값등록금과 대학 구조조정 문제가 공론화된 이 마당에 부실 대학 퇴출, 적절한 등록금 산정, 장학금 확충, 정부의 대학 지원금 산정 등의 문제가 공정하고 순수한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려는 우리 젊은이들이 등록금 때문에 배움을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당위성 앞에서 대학인들도 기꺼이 헌신할 용의가 있다.
장호성 단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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