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제대로 치과진료를 받지 못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을 느꼈어요.”
6일 오후 서울 강서뇌성마비복지관에서 열리는 뇌성마비장애치과진료실 개원식을 준비하는 이긍호(70) 경희대 치대 명예교수는 장애인 치과진료의 대부로 통한다. 이 교수는 진료실 개원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앞으로 무료봉사까지 할 예정이다.
그의 장애인 치과 진료의 ‘역사’는 꽤 된다. 1994년 정립회관, 95년 상계동 뇌성마비복지관의 장애인치과진료실 설립을 주도했다.
서울대 치대 출신인 이 교수가 대학을 다니던 60년대 초반만 해도 치과진료는 보통사람들에게 사치였다. ‘소가 병이 나면 수의사에게 가지만 사람이 이가 아프면 병원에 가지 않던 시대’였다.
양로원,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이 교수는 장애인들이 제대로 치과진료를 받지 못해 고생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장애인을 위한 의료시설이 전무했던 당시 이 교수는 특화된 장애인 치과진료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그는 “똑같은 치아질환이 생겨도 장애인들은 치료를 못해 더욱 나빠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76년부터 경희대 치대 소아치과에서 진료를 했던 이 교수는 ‘장애인치과학’을 체계화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나라가 88올림픽과 함께 장애인 올림픽을 유치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86년 일본으로 건너가 장애인치과학을 공부했다. 92년부터 경희대에 ‘장애인치과학’ 과목을 개설했으며, 정년퇴직 후 명예교수로 있는 지금까지 경희대 치대에서 같은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치과학을 가르치는 대학은 경희대 밖에 없다.
이 교수는 “행동 조절이 되지 않는 장애인은 치과진료가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일단 입을 벌려야 치료가 가능한 치과진료의 특성상 지적장애와 정신장애 등을 앓는 환자 치료는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닌 탓이다. 그는 “치료를 위해 움직이지 못하게 묶거나 약을 사용해 잠을 재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장애인을 위한 치료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성마비장애치과진료실 문을 연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장애치과진료실 개원에는 제자들도 한몫했다. 95년부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치과의사 최재영(44)씨는 “이 교수의 수업을 듣고 장애인진료에 눈을 떴다”며 “30여명의 제자들이 장애인 치료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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