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헤이온와이에서 해마다 5월 말~6월 초 열리는 ‘헤이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책 축제 중 하나다. 이 축제는 웨일스의 헌책 가득한 작은 마을로 책 좋아하는 세계 각국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는 성이 안 차 십 수년 전부터는 세계 각지로 축제 자체를 수출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이고 중동,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에서도 시기를 달리해 ‘헤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세계에서 하나뿐인 출판도시인 경기 파주 등의 출판사들이 주축이 돼 ‘헤이 페스티벌’에 뒤지지 않을 동아시아의 책 축제를 표방하는 대형 이벤트가 10월 초 파주출판단지 일대에서 처음 열린다.
‘파주 북소리(Book Sori) 2011’이라는 이름으로 9월 30일 개막식을 갖고 10월 9일까지 열리는 이 축제에는 출판단지 안팎의 200여개 출판사와 1,000여명의 저자들이 참여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10만명 이상 오게 해 ‘책 읽는 사람, 쓰는 사람, 만드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지식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축제는 서울국제도서전 같은 저작권 거래를 위한 도서전이나 도서 할인판매를 위한 일반 도서행사와 다르다. 출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와 강연, 세미나, 공연, 체험 행사가 위주다. 책의 가치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공유하겠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행사는 노벨문학상 110주년을 맞아 역대 수상자들의 책과 사진, 친필편지, 유품 등을 전시하는 대규모 특별전이다. 혜초, 마르코 폴로 등 여행자 6명의 여정을 따라 실크로드를 탐험하는 ‘책으로 신실크로드를 열다’, 아시아 각국의 문자를 전시하는 ‘아시아 문자전’도 준비된다. 고은 이어령 김병익 김우창 백낙청 등 우리시대 대표 지성들의 릴레이 인문학 강좌도 열리고 김언호 한길사 대표를 비롯해 일본 대만 중국 출판사 편집자들의 특강도 계획돼 있다.
첫날 개막공연에 이어 10월 1~3일 각각 ‘책과 가곡’ ‘책과 이야기’ ‘책과 포크’를 주제로 한 크로스오버 공연도 펼쳐진다. 단지 내 출판사가 모두 행사장이 돼 축제 기간 대표 저자를 초청한 각종 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 김언호 파주북소리조직위원장은 5일 “아시아 출판ㆍ독서운동의 거점이자 한국의 문화역량을 과시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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