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의 수비수 홍정호(22ㆍ제주)가 승부조작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 자진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호는 지난 1일 프로축구연맹에 자진신고를 했고, 이틀 뒤 검찰에 출두했다. 승부조작 의혹을 벗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거론한 브로커C와 대질심문까지 한 홍정호는 마무리 조사를 위해 창원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홍정호는 선배들의 강압적 부탁으로 억울하게 승부조작에 연루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홍정호의 아버지 홍귀광(50)씨는 아들의 승부조작 가담 의혹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아들이 승부조작 사건에 계속 자신의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에 힘들어했다. 자신은 승부조작에 관해 결백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며 “아들이 무혐의를 자신했기 때문에 ‘그러면 먼저 자진신고 해서 사실을 밝히자’고 제안했다”고 자진신고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6월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포스코컵 대회가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경기. 당시 제주는 승부조작 계획대로 1-5로 패했다. 홍정호는 이날 수비수로 풀타임을 소화한 탓에 승부조작 의혹에 시달려왔다.
아버지 홍씨에 따르면 홍정호는 6월 초 승부조작을 모의하는 자리에 불려갔다. 선배들이 돈을 건네며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홍정호는 거절했다. 홍씨는 “형들이 불러서 도와달라고 했을 때는 아들이 겨우 프로 2경기를 뛰었을 때다. 아무래도 정호가 신인이라 딱 부러지게 거절 못하자 브로커가 돈을 계좌로 보낸 모양”이라고 말했다. 통장을 보고 깜짝 놀란 홍정호는 그날 바로 돈을 브로커에게 다시 돌려줬다고 덧붙였다.
본인의 통장에 ‘검은 돈’이 오갔던 흔적이 남아있었던 터라 홍정호는 승부조작 가담 의심을 받았다. 검찰은 홍정호를 조사하면서 당시 승부조작을 모의했던 브로커와 홍정호의 대질심문까지 거쳤다. 홍씨는 “검찰에서도 정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대질심문을 통해서 ‘검은 돈’이 오갔던 정황을 정확히 알게 되자 의혹이 풀어진 것 같다”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홍정호의 소속팀인 제주 측도 “자체 조사에서 홍정호는 승부조작과 관련이 없다고 한결같이 주장했다. 창원지검이 먼저 검거한 승부조작 혐의자와 대질심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홍정호를 국가대표팀에 승선시킨 조광래 감독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7일 승부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발표가 있다고 들었는데 조사 과정에서 알려져 안타깝다. 홍정호가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고 들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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