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는 시골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농기계. 시골 노인들도 다룰 수 있을 만큼 작동도 쉽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트랙터가 요즘 세계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트랙터를 만드는 LS엠트론의 전북 전주공장은 요즘 24시간 완전 가동 상태다. 그래도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해 대기하는 해외구매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덕분에 이 회사의 트랙터 매출은 2009년 1,759억 원에서 지난해 2,641억 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3,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LS엠트론은 LG그룹에서 분가한 LS그룹 계열사. 1983년 한국중공업으로부터 트랙터 사업부문을 인수했지만 재래식 농기계 이미지가 강해 20년 이상 홀대를 받아오다, LS그룹으로 분리된 뒤 2008년 LS엠트론 설립과 함께 사업이 본격화됐다.
갑자지 트랙터가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뭘까. 그것도 수출시장에서. 비결은 '화려한 변신'이었다. 이 회사 개발팀이 멋이란 도무지 찾아볼 수도 없는 투박한 외양을 벗겨내고 자동차 디자인을 도입한 결과, 트랙터는 깜짝 놀랄만한 첨단기계로 다시 태어나가 되었던 것이다.
원래 트랙터는 단순히 밭만 가는 도구가 아니다. 자동차처럼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이 기계에 어떤 도구를 부착하느냐에 따라 논밭도 갈 수 있고, 골프장 잔디도 깎을 수 있고, 심지어 추운 지방에서는 썰매를 끌 수도 있다.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은 모두 도맡아 할 수 있는 '만능도우미'인 셈이다. 부착 가능한 도구종류만 무려 48종에 달한다.
이처럼 쓰임새가 많다보니 전세계적으로 트랙터는 지난해 125만대가 팔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50조 원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다. 특히 작물을 생산하는 곳이라면 트랙터를 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미국이 주로 생산하는 높은 마력의 대형 제품은 대당 1억 원을 호가한다. LS엠트론이 만드는 90마력 이하의 중소형 제품은 5,000만원 가격대다.
LS엠트론이 중소형 트랙터시장에서 급부상하게 된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의 집한체인 '플러스'를 출시하면서부터. 이 회사 개발팀은 세계 최초로 트랙터에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일종의 '오토'트랙터인 셈. 페달을 밟고 간단하게 스위치를 건드리면 자동으로 기어가 바뀌기 때문에 여성들도 손쉽게 다룰 수 있다.
운전석 한 켠에는 전세계 트랙터 중 유일하게 소형 냉ㆍ온장고를 부착했다. 일 나갈 때 필요한 음식물과 음료수 등을 때로는 시원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먹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회사 관계자는 "일터에 나갈 때 도시락을 싸갔던 지극히 한국적 경험의 산물인데 이것이 외국사람들 눈에는 신기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졌다"면서 "그 결과 무려 24개국에 수출을 하는 개가를 올렸다"고 말했다.
역시 세계 최초로 운전석 옆에 가족을 태울 수 있는 보조 의자를 부착한 아이디어도 시장 환경과 기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마침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선 취미로 농경(home hobby)을 하는 바람이 불고 있었던 상황.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 취미로 텃밭을 가꿔도 트랙터가 필요하다. 이들에게 동승자를 태운 채 시속 40㎞로 달릴 수 있는 트랙터는 농기계이자 훌륭한 이동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
때마침 불어 닥친 엔고 바람은 LG엠트론에 날개를 달아줬다. 일본의 트랙터강자인 쿠보타가 엔고 역풍을 맞은 것. 전세계 트랙터 시장은 대형 전문인 미국 존디어와 중소형 전문인 쿠보타가 양분하고 있었는데, 엔고 바람으로 쿠보타 수요가 모두 LS엠트론으로 몰렸다. 쿠보타에 비해 가격이 싸면서도 품질은 뒤쳐지지 않고 획기적 아이디어까지 가미됐기 때문. 그 바람에 LS엠트론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법인을 만들면서 2억 달러어치를 판매했고 터키 등 유럽에도 진출했다.
올해 겨냥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의 트랙터 시장은 국내 10배인 20만대 규모.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작지만 인도와 더불어 무섭게 성장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 LS엠트론은 중국 칭다오에 트랙터 공장을 짓고 올해부터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예정이다. 송영훈 LS엠트론 트랙터해외영업팀장은 "올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2년 이내에 해외 거점 2곳을 추가 설정해 진출할 계획"이라며 "2015년까지 세계 5위 업체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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