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개봉한 '트랜스포머3'가 3일까지 첫 주 흥행 역대 최고 기록인 305만4,034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불러 모으며 스크린 싹쓸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251개 스크린에서 첫 선을 보인 '트랜스포머3'는 3일 1,340개 스크린을 점령하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스크린(2010년 기준 2,003개)의 66.9%에 해당하는 숫자다.
배급사와 극장들은 "시장 논리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항변하지만, 영화계에선 "영화 생태계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날 선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랜스포머3'의 배급사 CJ E&M 영화부문은 스크린 과점 논란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비슷한 논란에 휩싸여왔기 때문이다. CJ E&M 영화부문이 극장에 제공한 프린트와 디지털 파일 등은 632개. CJ E&M 관계자는 "극장이 원하니 우리가 자제하려 해도 별 수 없다. 디지털 개봉이 대세라 통제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극장 측은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관객들이 원하고 수익을 최대화 하다 보니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얘기다.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의 관계자는 "가능하다면 '트랜스포머3'를 모든 스크린에 다 상영하고 싶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관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이럴 때 매출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1년 단위로 따지면 '트랜스포머3'의 스크린 점령 기간은 아주 짧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화 한 편이 출발부터 전국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상은 비정상적이라는 게 영화계의 주된 의견이다. "큰 물고기와 작은 물고기가 함께 있어야 시장의 외연이 확대될 수 있다"(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과 같은 날 미국에서 개봉한 '트랜스포머3'는 지난 주말 9,3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미국 전체 3만9,547개 스크린 중 23.5%에 불과한 수치다. 극장 측의 주장과 달리 스크린 과점 현상은 '트랜스포머3' 한 편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쿵푸팬더2'는 최대 927개 스크린,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는 960개 스크린에서 각각 상영됐다.
영화계가 "약육강식의 원초적 논리에만 시장을 맡겨둘 수 없다"며 제시하는 대안 중 하나가 슬라이딩 시스템이다. 미국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개봉 초기에는 제작사와 투자 배급사가 입장권 수익 배분을 많이 받다가 점점 극장의 수익 비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한 영화를 오래 상영할수록 극장이 돈을 버는 구조이고, 상대적으로 힘 약한 영화들이 장기상영 할 수 있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마이너영화 쿼터제를 실시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마이너영화 쿼터제는 2004년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대안으로 거론했으나 "현안을 흐리는 책략"이라는 영화계 반발로 무산됐다.
김영진 교수는 "(스크린 과점은) 자기들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스스로 파괴하는 꼴이다.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시스템을 만들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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