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울산을 산업도시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1인당 GRDP(지역내총산액) 전국 1위인 '산업수도'가 만들어진 뿌리에는 2만년의 찬란한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울산은 1998년 무거동 옥현 유적지에서, 올해는 울주군 신화리 구석기 유적에서 2만년 그 이전부터 사람이 살아온 '역사도시'라는 것이 발굴됐다.
그 역사를 오롯하게 담은 큰 그릇인 시립 울산박물관이 최근 문을 열어 다녀왔다. 박물관을 한 번에 다 보려는 것은 무지며 욕심이기에 오후 종일 1,0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역사관'을 세세하게 둘러보았다. 이 달로 내가 '울산사람'이 된지 20년이다.
그 세월동안 나는 주민등록과 주소를 가지고 사는 이 도시에 애증을 동시에 주며 살았다. 시립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오랜 불만이었다. 울산은 어디든 땅을 파면 선사시대가 출토되는데 그동안 발굴이 된 울산의 유물 10만여점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것에도 많이 불편했다.
박물관을 통해 1974년 울산 신암리 유적에서 선사시대 최고의 몸매를 자랑하는 '신암의 비너스'란 흙으로 만든 여인상이 발굴된 것을 처음 알았다. 울산이 자동차 산업의 메카가 될 것을 예언한 듯 어느 선사인이 제작한 앙증맞은 바퀴 날 석기에 감동하며 이제 나도 울산사람이 다 되었다는 생각에 즐거워졌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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