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년을 맞은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전 미국 대통령 추모 열기가 동유럽에서 영국으로 번져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런던에서 레이건 동상이 제막됐다.
로널드레이건대통령재단이 100만달러를 들여 청동으로 만든 높이 3m의 이 동상은 런던 주재 미 대사관 건너편 그로스베너 광장에 세워졌다. 레이건 동상은 그가 사망한 지 7년 만에 세운 것으로 사후 10년 이전에 동상 건립을 불허하는 영국의 관행을 깬 것이다. 동상 앞에는 냉전 종식을 기념, 베를린 장벽 일부가 함께 설치됐다.
그러나 동상 건립에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레이건과, 그의 소울메이트로 불린 마가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노조 와해를 기도하고 복지를 삭감한 두 사람에 대한 비판의 글이 온라인에 오르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일간 인디펜던트, 데일리메일 등에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한 레이건의 이데올로기는 테러리스트와 같다" "런던에 동상을 세워 유감" 등 비판적 글이 쇄도한 가운데 "레이건 덕에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람도 있으니 비판을 삼가라" "레이건이 냉전을 끝냈다"라는 지지의 글도 실려 있다.
미 대사관은 2017년 템스강 남쪽으로 이전할 계획인데 레이건을 비롯해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테오도어 루스벨트 등 이미 설치한 또 다른 미국 대통령 동상은 그로스베너 광장에 남는다.
이를 두고 미 공영 라디오방송(NPR) 런던지국장을 지낸 마이클 골드팝은 "영국공산당이 1954년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세운 칼 마르크스의 흉상은 지금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그러나 미 대사관이 이전하면 과연 레이건 동상을 찾는 이가 있겠느냐"고 BBC에 반문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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