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라파엘 나달도, 로저 페더러도 아닌 노박 조코비치(24∙세르비아)의 시대다. 4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에서 나달을 3-1(6-4 6-1 1-6 6-3)로 꺾고 우승한 조코비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라며 "어릴 때 가장 먼저 보고 꿈을 키운 대회가 바로 윔블던이었다. 너무 기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메이저 대회 통산 3번째 우승.
조코비치는 1987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났다. 영국과 미국 등 테니스 종주국 출신 선수들에 비해 눈길을 받지 못하던 그는 2008년 호주오픈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페더러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코비치가 조 윌프리드 송가를 꺾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에도 대부분의 언론들은 페더러의 부상에 더 집중했다. 2007년 US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력이 있었지만 그에게는 항상 '3인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올시즌 41연승을 달리며 거듭 태어났다. 클레이, 잔디, 하드, 실내 등 어떤 코트도 개의치 않았다. 가장 어린 나이에 4대 그랜드슬램 준결승에 모두 진출한 선수이며,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최초의 세르비아인이기도 하다.
그는 프로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는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도 세르비아 유니폼을 입고 자랑스레 뛴다.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백핸드가 그의 장기. 나달보다 섬세하고, 페더러보다는 힘이 느껴진다.
윔블던 결승 진출로 나달을 밀어내고 이미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예약했던 조코비치는 생애 첫 윔블던 우승으로 기분 좋게 왕좌에 오를 수 있게 됐다. 1973년 처음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세계 랭킹이 산정되기 시작한 이후 조코비치는 1위 고지를 밟은 25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우승 축배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 올해 48번이나 승리하는 동안 지난달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에 진 게 유일한 패배다. 경기 운영 능력이 올해 들어 한층 탁월해졌다는 평가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케이블 ESPN은 "나달은 최근 조코비치에 5연패를 당했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에서 송가에 져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제는 조코비치의 적수가 없다"고 극찬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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