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2011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의 최대 관심사는 리오넬 메시(24ㆍ바르셀로나)의 '메이저 대회 징크스' 타파 여부다. 메시는 소속 팀 바르셀로나에서 밥 먹듯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과 달리 아르헨티나 A대표팀에서는 무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라플라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2011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메시는 골 사냥에 실패했고, 아르헨티나는 1-1로 간신히 비겼다. 남아공월드컵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메시가 코파 아메리카 첫 경기에서 침묵하자 메시의 '대표팀 부진'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철저히 메시 중심의 전술로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세르히오 바티스타 감독은 "메시의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르셀로나에서와 같은 임무를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메시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전략적 목표였던 셈이다. 그러나 볼리비아전은 아르헨티나가 계획한 것처럼 메시 중심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일부에서 메시의 무득점은 본인보다 동료들의 탓이 크다고 말한다.
훌리오 그론도나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회장은 4일 현지 라디오 델플라타와의 인터뷰에서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언제나 좋은 활약을 펼쳐왔다. 문제는 그를 둘러싼 동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볼리비아전에서 전방으로 볼이 잘 투입되지 않아 미드필드까지 내려와서 볼을 받아야 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고 메시를 옹호했다.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는 브라질 대표팀의 다니 아우베스는 "최고의 선수도 혼자 승리를 이끌 수는 없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는 메시의 바르셀로나 동료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심리적 부담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11세 때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아르헨티나를 떠나 바르셀로나에서 축구 선수로 성공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팬들은 종종 메시를 이방인 취급한다. 2009년 남아공 지역예선 막판 탈락 위기에 몰리자 아르헨티나 언론과 팬들은 메시를 역적으로 몰아세웠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메시가 소속 팀에서와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큰 불만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말이 없고 내성적인 메시의 캐릭터도 환영 받지 못한다.
메시는 볼리비아전에서 랄데스와 정면 충돌 일보 전까지 가는 첨예한 신경전을 펼쳤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메시를 짓누르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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