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에 사모펀드(PEF) 3곳만 참여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겁다. 금융당국 내에서조차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입장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만큼 사모펀드에라도 팔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한국일보가 전문가 설문을 실시한 결과, '사모펀드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 때문에 사모펀드에 우리금융을 내줬다가 훗날 '론스타 사태'처럼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사모펀드 인수 불가 > 허용
4일 한국일보가 경제ㆍ금융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에서 응답자 11명 중 7명이 우리금융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거나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현재의 입찰을 전면 중단하고 매각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펀드 속성 상 수년 내 되팔 것이 자명한 만큼 우리금융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경영 능력 및 경험이 없으며 ▦자금 조달 능력도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 등이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사모펀드는 가격이 오르면 되파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몇 년 뒤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처음부터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던 펀드는 입찰 자격을 제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모펀드 매각에 찬성하거나 긍정적 태도를 보인 전문가는 4명. 현실적으로 사모펀드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가 많았다.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산업자본은 물론 금융지주도 입찰 장벽이 높아진 데다 외국계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까지 감안하면 사모펀드 외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국민연금 등 대규모 공적기관이 펀드에 참여한다면 사모펀드에 넘기는 걸 꼭 반대할 순 없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집착 말아야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은 ▦조기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 하지만 이들 원칙을 모두 충족시키려다 보니 메가뱅크(우리금융 + 산은금융) 추진 등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3가지 원칙 중 핵심 원칙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기 민영화'(6명)와 '금융산업 발전'(4명)이 팽팽히 맞섰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조기 민영화가 이뤄지면 나머지 두 가지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돼 있다"고 평가했고,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모든 판단의 기준은 금융산업 발전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은 1명인 반면, 불가피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답변이 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급적 공적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이 때문에 민영화 자체가 차질을 빚어서는 곤란하다"(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우선 순위 명확히 해야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의 성공적 민영화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책 목표와 우선 순위를 명확히 할 것을 주문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목표와 우선 순위가 없으니 관료들이 책임지지 않기 위해 결정을 회피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했고,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작년 말 민영화 작업 중단도 결국 투명하지 못한 원칙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제시한 바람직한 방안은 다양했다. 그만큼 공감을 얻는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방증. ▦산업자본(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이나 금융지주(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이상빈 교수) ▦지분을 조금씩 쪼개 파는 블록세일(김상조 교수) ▦공동 지배구조나 국민주 방식(이필상 교수) ▦사모펀드(최운열 교수)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는 "꼭 민영화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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