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다시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고 1995년 폐광된 국내최고 양양철광이 16년 만에 재개발에 들어갔다. 폐쇄된 갱도에 차있는 물을 빼고 신형장비가 투입돼 갱도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철광석 외에 희귀광물인 희토류 매장도 확인되어 기대를 더하고 있다. 이곳에서 30여년 간 갱도를 오르내렸던 장준환(75)씨도 다시 돌아와 현장에 섰다. 폐광 당시 톤당 2만원이던 철광의 국제시세는 현재 16만원을 넘어섰다. 컴컴한 땅 속에 잠들어 있던 돌덩이들이 귀중한 보물로 재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충북 제천의 NMC몰랜드도 작년부터 하루 1,000톤의 몰리브덴 원석을 캐고 있다. 폐광을 사들여 갱 안에 파쇄장을 설치하고, 선광(쓸모 없는 광석을 골라내는 작업) 작업장에서 사용한 물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시설을 갖추는 등 최신형 광산으로 거듭났다. 몰리브덴은 스테인리스 합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이다.
강원도 정선 산속에는 충무화학의 광산이 지하도시처럼 펼쳐져 있다. 이곳은 폐광된 석탄광이 석회광산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국내에 광물이 없으면 외국은 곧바로 고가 정책을 폅니다" 박현(64)사장은 중국이 제지용 석회의 수출을 중단해 더욱 바빠졌다며 석회광산은 지금 하얀 전쟁 중이라고 선언했다.
폐광의 위기까지 몰렸던 100년 역사의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도 재기에 성공했다. 7년 전 25만 톤에 불과하던 생산량이 작년엔 100만 톤을 넘었다. 양양철광 재개발도 이 곳의 부활에 힘입은 바 크다.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기술자가 없으면 생산성이 떨어집니다"신두현(63)소장은 내년에는 50억을 투자해 30여명의 직원을 더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떠나는 광산'에서 '돌아오는 광산'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중석 아연 망간 등 폐광 재개발이 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학교에 광산관련 학과들이 없어져 전문인력의 대가 끊겼고 광산과 광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그대로다. "골프장 허가는 잘 내주면서" 송석재 대성동해광업소 소장은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이 광산개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연이 베풀어준 신비로운 자원에 항상 감사하고, 정성을 다해 아끼고 위하여 깨끗한 환경과 풍요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자'충무화학에 새겨져 있는 광산인의 다짐이다. 천덕꾸러기 폐광이 치열한 자원전쟁의 첨병으로 부활하고 있다.
Photoon.hankooki.com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선임기자 s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