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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병대 총기 난사/ 입대 4개월 이병이 몸싸움…총 빼앗아 더 큰 참사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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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병대 총기 난사/ 입대 4개월 이병이 몸싸움…총 빼앗아 더 큰 참사 막았다

입력
2011.07.0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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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해병대 2사단의 총기난사로 부사관 1명과 병사 3명이 숨졌지만 신참 병사의 놀라운 용기로 추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50분께 김모(19) 상병은 K-2소총을 들고 소초(소대본부) 안에 있는 생활관(내무반)으로 들어가 동료들에게 총을 쐈다. 당시 소초원 30여명 중 상당수 병사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에 가 있어 화를 면했지만 야간근무를 마치고 자던 4명은 김 상병의 총탄을 피할 수 없었다.

해병대는 이날 오전10시께 김 상병이 주간 근무자 교대 시 상황실에 보관 중이던 다른 병사의 총기와 탄약을 절취한 것으로 추정했다. 근무조가 아닌 김 상병은 자신의 총기를 지급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상황실 근무자의 허술한 총기관리가 직접 원인이 된 셈이다.

김 상병의 난사 직후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권혁(19) 이병이 김 상병을 막아 섰다. 올 3월 입대한 신참이었지만 동료들이 쓰러져가는 위급상황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권 이병은 있는 힘껏 총구를 잡고 방향을 돌린 뒤 여러 차례 몸싸움 끝에 생활관 밖으로 김 상병을 밀쳐내고 문을 걸어 잠갔다. 권 이병은 이 과정에 오른쪽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에 총알 2발을 맞았지만 사타구니 쪽에 10㎝ 정도 상처가 났을 뿐 뼈는 상하지 않았다. 또한 벌겋게 달아오른 총구에 손바닥을 데여 수포가 생기고 왼쪽 손등에도 총알이 지나간 흔적이 있지만 큰 상처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이병이 총을 뺏은 덕에 이후 더 이상의 사상자는 없었다. 분을 삭이지 못한 김 상병은 건물 끝 가건물인 창고로 뛰어가 수류탄 1발을 터뜨려 자살을 기도했다. 군 관계자는 "권 이병이 아니었더라면 김 상병이 방을 옮겨 다니며 어떤 일을 벌였을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내무생활 마찰 가능성

김 상병의 범행 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군 관계자들은 내무생활에서 동료들과의 마찰을 원인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 김 상병은 만 19세로 고교 졸업 후 바로 입대했다. 해병1122기로, 입대한 지 1년이 지난 선임병에 속하지만 사망한 4명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 부대 관계자는 "김 상병과 일주일에 한두 차례 면담을 했다. 상담 내용이 부대 안에 다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총기사고로 사망한 권승혁 일병의 사촌형(30)은 "사고 당일에도 소대장과 상담 받으면서 '잘하겠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군 당국의 브리핑 내용 일부를 전했다. 김 상병이 부대 내 문제사병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상병이 이런 과정에 동료들과 뭔가 틀어져 따돌림을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김 상병의 부대는 최근 암구호 장비 분실로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이후 해병대의 피로도가 누적된 것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이 부대는 전방인 서해5도에 비해 경계태세가 과중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혹행위에 관대한 해병대

일각에서는 동료와의 마찰 뿐만 아니라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해병대는 자부심 못지 않게 구타나 가혹행위에 관대한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선임병이 후임병을 때려도 으레 전통으로 여겨 묵인하거나 지휘계통에서 사건을 은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3월 해병 모 연대를 직권 조사한 결과 다수의 가혹행위 사례를 확인, 간부 11명의 징계와 가해병사 8명에 대한 재조사를 해병대사령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해당 부대의 의무대 환자발생 보고를 보면 고막파열 30여건, 골절 파열 등 타박상이 250여건에 달했지만 발병 경위는 부실하게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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