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 합의가 국회에서 파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2년 임기를 46일 앞둔 상태에서 물러난 김 총장은 그러나 사의 표명과 함께 “합의를 어긴 쪽에 책임이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검찰총장인 저라도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다”며 경찰과 정부, 정치권 등의 책임론을 거론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 대검찰청 8층 회의실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시작하면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합의의 파기’에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검사 생활 30년 동안 변함없이 간직한 법언은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라는 라틴어 격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특히 경찰을 겨냥해 “진정 사법경찰의 수사권을 원한다면 먼저 자치경찰, 주민경찰로 돌아가 시민의 통제를 받고, 사법경찰을 행정경찰에서 분리시켜 국민들에 대한 보호장치를 먼저 만든 후에야 논의할 자격이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다만 후배 검사들의 줄사표 사태와 관련해 김 총장은 “퇴임 전 검찰총장의 마지막 권한행사로 사직서와 사퇴의사를 모두 반려하니,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 달라”며 “모든 책임은 검찰총장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검 중수부가 진행 중인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대해선 “끝까지 수사하고 끝장을 봐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총장은 사퇴 시점이 늦지 않았냐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법사위 수정의결이 있었을 때 (사퇴를) 이미 결심했다. 국제회의장에선 웃으며 있었지만 속으로는 ‘간’이 녹아날 정도로 힘들었다”는 심경도 내비쳤다. 그는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총장직에서 사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후배들에게 민망스럽고, 대통령이 해외 출장 중인 사태에서 부득이 이런 발표를 하게 돼 송구스럽다”며 “그러나 더 이상 때를 놓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휴가를 내고 오후 4시30분쯤 대검 청사를 떠났다. 이에 따라 차기 검찰총장이 내정될 때까지는 법률상 직무대행자인 박용석 대검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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