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중 일부를 4일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풍정도감의궤(1630),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1686), 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1688), 의소세손예장도감의궤(1752), 서궐영건도감의궤(1831) 등 의궤 5권을 박물관 수장고 유물포장실에서 선보였다. 특히 풍정도감의궤는 외규장각 의궤 중 제작 연도가 가장 앞선 것이자 잔치 의궤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천릉도감의궤(1731)와 존숭도감의궤(1713)는 속지가 빠진 표지를 공개했다. 파리의 프랑스국립도서관은 1970년대에 외규장각 도서 297권 중 11권을 뺀 나머지 책들의 표지를 바꾸면서 원래 표지는 따로 보관했는데, 이번에 함께 돌려줬다.
돌아온 외규장각 도서를 일반에 공개하는 특별전은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의궤의 하이라이트, 아름다운 반차도
의궤는 국가의 중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꼼꼼히 기록한 것이다. 의궤의 그림 중 행렬도인 반차도는 특히 일품이다.
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의 반차도는 장렬왕후의 시신을 모신 가마를 중심으로 길게 늘어선 행렬이 장관이다. 흰 상복을 입은 수십 명이 메고 가는 가마의 좌우 바깥 쪽은 파란 장막을 든 행렬이 따라간다. 왕비의 장례 행렬은 망자가 여성임을 고려해 시신을 모신 가마를 장막으로 가렸다. 가마 뒤를 따르는 횃불의 불꽃까지 섬세하게 그렸다. 물감의 색이 선명하고 번짐이 없어 선이 정밀하다.
질릴 만큼 꼼꼼한 기록
의궤는 글과 그림으로 보는 동영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생생하다. 그대로 따라하면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한 매뉴얼이다.
예컨대 인조가 인목대비의 장수를 빌며 거행한 잔치 기록인 풍정도감의궤의 진풍정의(進豊呈儀ㆍ잔치 순서)는 인목대비가 정전의 북벽에서 남쪽을 보고 앉은 가운데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이 차례로 들어와 어디에 어떤 방향으로 앉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의소세손예장도감의궤 하권에 나오는 장례 물품은 그림과 함께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간 재료의 규격과 분량까지 낱낱이 적었다. 각 행사에 참가한 인원과 행사 준비로 오간 공문서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표지가 바뀐 서궐영건도감의궤
1832년(순조 2) 서궐(경희궁)을 중건한 기록인 서궐영건도감의궤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이
표지를 바꾼 의궤 중 한 권이다. 어람용 의궤의 원래 표지인 초록 비단을 벗기고 무늬 없이 누런 서양 비단으로 갈아 입혔다. 어람용 의궤의 표지 비단은 본래 모란, 연꽃, 구름, 칠보 등 다양한 무늬를 짜 넣어 훨씬 아름답다.
최고급 장정,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는 어람용 의궤의 최상급 장정을 잘 보여준다. 구름 무늬 초록 비단 표지에 놋쇠물림(경첩)으로 묶었다. 실끈으로 책을 묶은 자리를 변철(놋쇠판)로 덮고 다섯 군데 못을 박은 다음 못이 빠지지 않게 국화무늬 판을 대어 고정시키고 중앙에는 고리를 달았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장정이다.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변철이 그대로 남아 있어 장정의 우수함을 보여준다. 어람용 의궤는 국내에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변철이 사라지거나 변형된 상태다.
오미환기자 ohm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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