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극렬세력들이 날뛸 겁니다."
지난해 7월 야간 옥외집회 허용을 앞두고 정부 여당은 이렇게 주장하며 심야 시간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한밤에 집회가 개최되면 불법ㆍ폭력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고, 각종 소음 쓰레기 피해로 민원이 제기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3일 한국일보가 경찰청에서 입수한 '야간 집회 개최 현황 및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에서 개최된 2,422건의 야간 집회 중 불법ㆍ폭력시위는 1건(0.04%)에 불과했다. 6월 들어 열린 야간집회 24건 가운데 반값 등록금 촛불 집회로 인해 도로를 점거하는 불법ㆍ폭력시위 7건이 추가되긴 했지만 이는 지난 1년 주간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ㆍ폭력시위(29건)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경찰청 경비국은 불법ㆍ폭력시위 심의위원회를 거쳐 화염병 투척, 투석, 쇠파이프ㆍ각목 사용, 도로 점거, 시설 피습 등의 행위를 불법ㆍ폭력시위로 규정하는데 지난 1년 동안은 그런 과격시위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2년 간 야간 집회 중 불법ㆍ폭력시위 비율이 6.21%로 주간의 0.46%보다 월등히 높았던 점을 감안해도 지난 1년 야간 집회가 평온해졌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 야간 옥외집회 허용 후 집회가 자정을 넘긴 경우도 거의 없었다. 오후 10시 이전에 끝마친 경우는 71.68%였고 자정 전은 86.01%에 달했다. 자정을 넘어간 집회도 대부분 밤샘 천막농성이었다.
2009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중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고 지난해 7월부터 야간 옥외집회가 완전히 허용될 때 제기됐던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다.
이 기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반대 시위와 제3의 촛불시위였던 반값 등록금 집회 등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음에도 충돌이 줄어든 것에 대해선 경찰과 집회 주최 측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해석이 달랐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집회 관리 기조가 합법집회만을 허용하던 '합법 보장 불법 필벌'에서, 다소 위법하더라도 일단 허가한 뒤 합법으로 유도하는 '합법 촉진 불법 필벌'로 바뀐 영향도 있다"며 "경찰 경비병력 배치를 줄여 불필요한 충돌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집회 문화 성숙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대학생연합 이승훈 정책국장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퇴근이나 수업 후 조용히 의사를 표현하는 문화가 정착됐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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