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산하 한국도로공사가 우즈베키스탄에 휴게소를 건설한다며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자들에게 수십억원을 강제 모금해 물의를 빚고 있다. 도공은 휴게소 운영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를 통해 '국책사업'이라 속이고 휴게소 재계약 평가 때 참여 결과를 반영하겠다며 모금 독촉에 나서 휴게소 사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3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휴게시설협회는 지난달 21일 회원사인 100여개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자들에게 '우즈베키스탄 휴게소 진출 참여 관련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와 도공이 우즈베키스탄에 휴게소 건설을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이니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는 내용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시급한 국책사업이니 최대한 많은 업체를 참여시키라는 지시가 도공에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도공은 작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휴게소(주유소 포함)를 4등급으로 나눠 부담액을 9,30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차등 책정했다. 예컨대 A휴게소는 지난해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고 900만ℓ 이상 석유를 판매한 최상위 등급이니 9,300만원을 내라는 식이다. 도공은 총 60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에 4억8,000만원만 투자하고 나머지 55억2,000만원을 휴게소 사업자들에게 떠넘길 계획이다.
도공은 부족한 사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휴게소 사업자들에게 모금 참여 여부를 휴게소 재계약 평가 때 주요지표로 활용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휴게소 사업자는 도공과 보통 5년마다 운영권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도공의 평가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협회 측은 도공의 요구에 따라 공문 발송 사흘 뒤인 6월24일 오전까지 별다른 통보를 하지 않는 업체는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했으며, 일부 회원사가 반발하자 "청와대 지시사항"이라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현재까지 불참을 통보한 회원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지역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청와대 지시라면서 갑자기 수천 만원을 내라고 하니 난처할 수 밖에 없다. 공정사회를 외치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며 갑(甲)의 횡포를 부리는 도공을 규탄했다.
도공은 4월 11일 우즈베키스탄 실다리아주(州)와 휴게소 건설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달 중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도공 관계자는 "한국의 우수한 휴게소 문화를 알려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며 "고속도로 사업자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인데 이런 식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