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며 대기업을 향해 날 선 공세를 펼쳐 온 정치권이 최근 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제는 엄포가 아닌 행동으로 대기업을 손 보겠다는 정치권의 의지가 읽혀진다. 대기업 측이 반발하고 있어 양측간 신경전이 입법을 둘러싼 공방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지난달부터 여야 의원들이 대기업의 영업행위를 제한하고 중소기업의 사업을 보호하는 내용으로 발의한 법안은 10여건이 넘는다.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과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각각 지난달 2일과 21일, 소상공인의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초단체장이 대규모 점포 개설자에 대해 특정품목 영업을 금지하거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20일에는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이 원사업자가 추가위탁이나 설계변경을 지시해 추가비용이 발생했음에도 하도급 업체에 이 비용을 부담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 대표발의로 여야 의원 38명은 1일 대기업이 정부 승인 없이 중소상인 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ㆍ확장 했을 때 5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특별법 제정안을 냈다.
대기업 규제 법안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은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대ㆍ중소기업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하는 최근의 경제 사정 때문이다. 또 정책 포퓰리즘 공방이 벌어지면서 정치권과 대기업간에 한랭 전선이 그어진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국회 지식경제위 김영환(민주당) 위원장은 "이제는 동반성장을 사회적 합의에만 맡겨두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물론 상임위의 법안 및 예산 심사 때 동반성장 문제에 초점을 맞춰 철저한 심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대기업 측은 불편한 심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낙후된 업종에 경쟁력 있는 기업이 진입하는 것을 막는다면 그 업종은 더 낙후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며 "정치권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막는 각종 규제를 푸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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