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기능시험 간소화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시험의 최종 관문인 도로주행시험이 내년 중반부터 까다로워진다. 지금까지는 각 운전면허시험장 별로 2~4개의 코스가 지정돼 있었던 탓에 '코스 외워 합격하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험차량에 태블릿PC가 설치되고, 여기에 입력된 10개 이상의 주행 코스 중 무작위로 선정된 노선을 따라 운행해야 한다.
경찰청은 도로주행시험 과정에 태블릿PC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8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개정안이 연말께 발효되면 경찰은 예산을 확보해 관련 장비를 구입하고, 시험관 교육 등을 거쳐 내년 6월께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능시험 간소화로 연습면허 받기가 쉬워진 만큼 이 같은 조치를 통해 검증의 공백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도로주행시험 응시자는 함께 탄 시험관 대신 태블릿PC에 내장된 내비게이션의 음성 지시를 받게 된다. "출발하십시오""좌회전하십시오" 등의 지시에 맞춰 코스를 운전해야 하고 이 때 방향지시등 등의 조작 여부도 자동 체크된다. 응시자들은 지금까지 정해진 지점에서 좌회전, 차선 변경 등의 '공식'에 맞춰 시험을 치렀지만 응시자의 순발력 있는 대처가 필요해진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코스를 사전에 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몇 개를 외워 복불복으로 응시하기보단, 진짜 운전 실력을 향상시키는 연습이 합격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응시자에게 코스를 보여주지는 않을 계획이다. 자칫 시선이 화면에 쏠릴 경우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장별 새로운 주행시험 코스는 올 연말까지 결정될 예정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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